"사후적 방식은 감내해야 할 경제·사회적 비용이 너무 커"
"올해 말까지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상시화 방안 마련할 것"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26일 "세계경제는 여전히 안개국면에 있다"며 "기업의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취약기업에 대한 선별을 강화하고 올해 말까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상시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산업은행 60주년 기념 선제적 기업구조조정 세미나'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신 위원장은 국내외 경제여건이 여전히 녹록치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발 신용위험 그리고 신흥국 리스크가 뒤얽힌 안개국면"이라며 "국내 역시 경기회복 지연에 따라 상당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기업구조조정은 올해 해결해야할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라며 "STX그룹과 동양그룹, 두 차례의 대규모 부실사태를 통해 기업이 부실화되기 이전에 사전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장은 이어 "사후적 방식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돼야 하고 그 과정에서 고용불안, 협력업체 도산 등 다양한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며 "기업구조조정은 조용한 가운데 선제적인 움직임, 즉 정중동(靜中動)의 행보가 필요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구조조정, 즉 워크아웃에 대한 편견과 인식을 바꿀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흔히들 워크아웃이라 하면 일시에 대규모로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정부주도형 구조조정을 떠올리기 쉽다"며 "정부가 칼을 휘두른다는 오래된 편견이 워크아웃 기업을 부실한 기업으로 낙인찍는 사회적 분위기는 구조조정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워크아웃의 원래 뜻이 군살을 제거하고 체질을 개선한다는 것인 만큼 기업구조조정 본질 또한 생산적 복원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과 금융사는 ▲상호 소통 ▲올바른 결정과 과감한 실천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우선 금융회사는 담보와 보증을 전제로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데 급급했던 그간의 관행과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해당 기업도 시장의 요구에 적극 호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단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충분한 지원을 통해 기업을 살리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사전적 구조조정 방식을 정착하고 기촉법을 상시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기업이 정상상태에 있을 때 선제적으로 점검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시장 진단을 받는 대기업 그룹이 종전보다 30% 확대되고 취약우려 기업에 대한 선별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구조조정 수요가 늘면서 기촉법의 상시화가 적극 검토될 필요가 있다"며 "기촉법을 둘러싸고 제기된 법적·현실적 문제점을 전면 재검토해 올해 말까지 기촉법 상시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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