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주말이었던 지난 22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취임 1주년은 평소와 다름없이 흘러갔다. 기자간담회 같은 공식적인 행사나 비공개 내부 행사도 없었다. 지난 1년 간의 성과를 담은 자료도 따로 배포하지 않았다. 관례처럼 돼 있던 스케쥴을 모두 취소할 만큼 그의 마음과 어깨는 무거웠던 셈이다.
지난 1년 간 신제윤 위원장은 해묵은 현안해결과 금융비전 제시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취임 초기부터 4대 현안 해결에 주력했다. 우리금융 민영화와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금융감독체계 개편, 정책금융개편 등이다. 이 문제들이 해결돼야 금융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게 신 위원장 복심이었다. 이는 정책 발표, 법안 발의로까지 이어졌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직접 금융비전을 만들었다. 금융산업의 부가가치를 10년 내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10-10 밸류업'이 그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같은 비전에 상당히 흡족해 했다는 후문이다. 역대 정부 처음으로 금융인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현안이 정보유출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물론 금융권의 고객 정보 관리 소홀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간 신 위원장이 추진해 온 많은 노력들이 여론과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묻혀 동력을 잃고 있는 점은 문제다. 정보유출 이슈 못지 않게 한국 금융수준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정책들을 기대하고 있는 업계와 소비자들에게는 아쉽고 답답한 노릇이다. 금융위는 올해도 할 일이 넘쳐난다. 경기불황으로 인해 대기업은 연쇄적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있고 금융권 내 '나쁜' 규제도 촘촘히 살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신 위원장은 '뚜벅이'론을 제시했다. 그는 최근 금융위 간부들에게 "겸허한 마음으로 주어진 일을 흔들림없이 해나가자"고 당부했다. 자신 역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돌발변수에 휩쓸려 주춤하기 보다는 지난 1년 간의 정책과 앞으로의 과제를 묵묵히 실행해가는 '뚜벅이 신제윤'을 기대해본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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