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삼촌과 조카 등 '혈통의 힘', 최고의 '명가(名家)'는 모리스 부자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유전자가 달라요."
세계랭킹 1위 타이거 우즈의 조카 샤이엔 우즈가 지난달 9일(한국시간)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볼빅레이디스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일궈내면서 '골프명가(名家)' 이야기가 화제로 떠올랐다. 이에 앞서 3일에는 크레이그 스태들러의 아들 케빈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WM피닉스오픈에서 '238전 239기'를 완성했다. 그렇다면 최고의 가문은 과연 어디일까.
▲ 샤이엔과 케빈 "우리는 노력파"= 샤이엔이 바로 우즈의 이복형인 얼 우즈 주니어의 딸이다. 타이거의 아버지 얼 우즈가 그립 잡는 법을 알려줬고, 6세 때는 골프채도 사줬다. 2012년 프로로 전향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다. 볼빅레이디스 우승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LET라는 점에서 아직은 '2%'가 부족하다.
하지만 "삼촌이 있어 더욱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는 말처럼 동기 부여는 확실하다. 샤이엔 역시 "우승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보여줬다"며 자신감을 과시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드가 없지만 '삼촌의 힘'을 앞세워 초청 1순위라는 점도 유리하다. 실제 2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와일드파이어골프장(파72ㆍ6583야드)에서 끝난 파운더스컵(총상금 150만 달러)에도 초청선수로 출전했다.
케빈은 WM피닉스오픈 정상에 오르기까지 꼬박 12년이 걸렸다. '혈통의 힘'을 과시하기에는 부족하다. 1982년 마스터스 우승자 크레이그의 아들이다. 2004년 6월 2부투어 레이크에리채리티 우승 당시 아버지가 챔피언스투어 아메리카챔피언십을 제패해 '부자(父子) 우승'이라는 빅뉴스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PGA투어에서는 239경기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는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 모리스 집안 "DNA가 달라"= 골프채 제작자이자 위대한 선수였던 모리스 집안으로 건너가면 그러나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고(最古)의 메이저' 디오픈에서만 무려 8승을 합작했다. 아버지 모리스 시니어가 먼저 1861년과 1862년 '대회 2연패'에 이어 1864년과 1867년 등 2승을 더해 4승을 수확했다.
아들 모리스 주니어는 그러자 1867년 아버지의 우승에 이어 곧바로 1868년부터 1870년까지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부자(父子)가 결과적으로 4년 연속 우승이라는 위업을 완성한 셈이다. 모리스 주니어는 1872년에 1승을 추가해 아버지와 똑같이 '4승 챔프'라는 진기록을 곁들였다. 모리스 주니어가 24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는 게 그래서 더욱 아쉬웠다.
아마추어 명가는 단연 부시 전 미국대통령이다. 조지 W. 부시 43대 대통령의 아버지 조지 H. 부시 41대 대통령의 부친 프레스코트 셀든 부시, 외할아버지인 조지 허버트 워커 등이 모두 미국골프협회(USGA) 회장을 역임했다. 프레스코트는 케이프아룬델골프장에서 8차례나 클럽챔피언에 등극할 정도로 기량도 출중했다. 조지 H. 부시 역시 핸디캡 11, 조지 W. 부시 15로 역시 아마추어 고수다.
▲ 터니사 가문 "우리는 질보다 양"= 2008년 쉬라이너스에서 우승한 마크 터니사 가문도 만만치 않다. 할아버지 마이클이 PGA투어 통산 6승, 작은 할아버지 조는 15승을 거두는 등 할아버지 7형제 중 6명이 프로골퍼로 활동했다. 1977년 '마의 스코어' 59타를 처음 기록한 알 가이버거는 아들 브렌트가 PGA투어 통산 2승을 따내며 아버지의 명예를 이었다.
듀발 집안도 명망이 높다. 아들 데이비드가 바로 우즈를 넘어 세계랭킹 1위에 이름을 올렸던 선수다. 1999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 당시 아버지 밥이 챔피언스투어 에머랄드코스트를 제패해 같은 날 '부자(父子) 우승'이라는 첫 이정표를 세웠다. 하스 가문은 아들 빌이 2011년 페덱스컵 챔프에 올라 '1144만 달러의 잭팟'까지 터뜨렸다. 빌이 PGA투어 통산 5승, 아버지 제이가 PGA투어 9승에 이어 챔피언스투어 16승의 개가를 올렸다.
키건 브래들리는 2011년 처녀 출전한 PGA챔피언십에서 곧바로 메이저챔프에 등극해 '특급루키'로 주목받았다. LPGA투어 31승으로 일찌감치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팻 브래들리가 고모다. 아버지 마크 브래들리 역시 와이오밍주 잭슨 외곽의 잭슨홀골프장의 헤드프로다. 키건은 이듬해인 2012년 US오픈에서 '아버지의 날'을 기념해 아버지를 특별캐디로 대동했다. 마크는 "아들 덕분에 US오픈에 출전하는 꿈을 이뤘다"고 감격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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