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한진주 기자] "선거 앞두고 무책임하게 나온 말이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사실 통합개발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서부 이촌동 A공인 대표)
"단독주택, 재건축이 시급한 중산ㆍ시범아파트, 오래되지 않은 성원ㆍ대림아파트 등 종류가 다양해서 통합개발은 불가능하다. 지난번처럼 통합개발이 추진되면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 못해 고통받고 다시 암흑에 빠져들 것이다."(서부이촌동 H공인 대표)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리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물거품이 된 지 5개월. 서부이촌동에는 여전히 용산 개발 좌초의 그림자가 서려있다. 아파트 외벽에 도시개발구역에 묶인 당시 '개발 반대' 구호가 여전히 남아있다.
개발구역에서 해제된 후 중개업소들이 영업을 재개했지만 거래는 많지 않다. 일부 문을 닫은 중개업소 자리에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녹슨 간판만 남아 있다.
이런 애환이 서린 용산 서부이촌동을 두고 다시 개발 재추진 얘기가 나오며 다시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의원이 용산개발 재추진 의사를 밝히면서다.
정 의원은 공약 중 하나로 용산을 단계적으로 개발할 큰 그림을 갖고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용산개발은 단독주택과 아파트, 코레일 부지 등 서로 상황이 달라 추진이 쉽지 않다고 주장하며 맞부딪치는 양상이다.
서부이촌동 주민 일부는 다시 개발사업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통합개발'에 대해 반대여론이 여전한 것이다. 이미 상황이 정리된 것 아니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주민은 "7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고통받아왔는데 또 다시 선거용 공약이 나오고 있다. 서부이촌동 주민을 볼모로 삼은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도 "이미 끝난 얘기 아닌가. 통합개발을 한다고 해도 갈등의 골이 깊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통합개발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인근 H공인 대표는 "통합개발을 해야 한강변의 경관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어찌됐든 재건축 바람이 불어서 손바뀜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조심스럽게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코레일 부지를 흉물인 채로 남겨두면 안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면서도 "하지만 흉물로 남아있지 않도록 계획을 잘 만들어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처럼 정몽준 의원의 용산 개발 재추진 발언을 놓고 서부이촌동 주민과 중개업소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이해당사자인 코레일은 "부지반환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누가 개발을 하든 관여할 바가 아니다"면서 "통합개발이든 맞춤형 개발이든 빨리 땅을 찾아온 후에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