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S5·소니 엑스페리아Z2·팬택 베가아이언2 '시기 저울질'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그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은 상반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제조사들이 '밀당(밀고당기기)'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 3사의 영업정지로 삼성전자 갤럭시S5뿐 아니라 4월을 전후로 출시되는 각 사의 새 전략 스마트폰이 출시일을 확정 발표하지 않은 채 치열한 '눈치보기' 작전을 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11일 글로벌 출시를 공언한 삼성 갤럭시S5뿐만 아니라 각각 이르면 3월 말과 4월 말 시장에 데뷔하기로 돼 있던 소니 '엑스페리아Z2'와 팬택 '베가아이언2' 역시 국내 출시시기를 두고 고심 중이다. 가장 큰 변수는 이통사의 영업정지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이날부터 5월19일까지 2개사씩 각 45일간 영업정지에 들어가면서 시장은 산술적으로 3분의 1로 줄어들게 됐다. 매월 국내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150만대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두 달간 눈뜨고 200만대 장사를 놓치는 셈이다. 이처럼 시장이 위축되면서 출시 초반 '신제품 효과'를 바짝 누려야 하는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출시시기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5의 글로벌 출시일(4월11일)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내 출시일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다양한 변수를 검토 중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출시일을 맞추지 않고 예약판매를 먼저 들어갈 것이라는 등의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시장 집중화' 정책으로 내수시장만 바라봐야 하는 팬택은 베가아이언2 출시 일정을 아예 연기했다. 팬택 관계자는 "이르면 4월 말에도 베가아이언2를 선보일 수 있는 상태지만, 이통사 영업정지 초반 상황을 살펴본 후 5월 초반에서 중반께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니는 팬택과 반대의 전략으로, 경쟁작들이 출시되기 전 최대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 국내 엑스페리아Z2 공식 발표회를 결정하고, 출시 역시 최대한 빨리 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이었다. 그러나 엑스페리아Z1 때와 같이 자급제 형태로 나오면서 KT 직영점에서도 구입 가능한 유통정책을 쓸 계획이었다면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KT가 이날부터 4월26일까지 영업정지 상태이기 때문이다. 부품 공급 문제로 글로벌 출시 자체가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격 역시 민감한 '밀당' 대상이다. 기준은 단연 갤럭시S5다. 갤럭시S5가 부품 단가 조정 등을 통해 출고가를 80만원 초중반 선으로 종전보다 낮게 책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닥을 잡아가면서 경쟁사 입장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가격 면에서는 제품을 시장에 내보내기 직전까지 대학입시에 버금가는 눈치작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가격을 낮추고 대신 물량으로 공세를 펼 환경이 되지만, 그 외 업체들은 그렇지 못하다"며 "그렇다고 '마이웨이'로 높은 가격을 책정하기에는 시장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제조사들의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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