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U 싱가포르 능가하는 오일허브 가능할까
韓, 지정학적 위치 뛰어나고 세계적 정유공장 보유
2020년 이후 연간 250억달러 이상 석유류 중계가공수출 가능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울산과 여수를 동북아지역의 오일허브로 만들면 세계 3대 오일허브인 싱가포르를 빠르게 추월할 만큼의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정부는 예상했다.
세계 석유수요의 19%를 차지하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이 밀집해있어 수요가 안정적이며, 싱가포르가 동ㆍ서남아 지역에 집중하면서 동북아 석유제품 수출 물량이 2006년 18.4%에서 2011년 9.1%로 감소하는 등 공급경쟁이 느슨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 석유시장 선점을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러시아는 동시베리아와 태평양을 잇는 송유관으로 동북아에 연간 3억배럴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며, 베네수엘라 등 남미 산유국은 동북아를 겨냥해 태평양 인근에 물류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와 세계적인 정제공장을 보유했다는 측면에서 오일허브 구축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세계 10위권 정유공장 가운데 국내 정유사가 3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공장당 정제능력은 일본의 3.6배에 달한다.
중국은 정제, 저장시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내수수요를 따라가기에도 벅찬 상황이며, 항만수심이 얕고 안개나 결빙 등으로 휴항일수가 연 50일에 달한다는 단점이 작용하고 있다. 일본 역시 지진 등 자연재해 가능성이 높고 저장시설이 대부분 태평양 연안인 동부에 위치해 항만물류비가 비싸다는 점이 부담이다.
한국은 석유제품 배럴당 운임이 1.37달러에 그쳐 중국 1.38달러, 일본 1.43달러보다 낮다. 정제비용 역시 배럴당 2.33달러로 일본 3.12달러, 중국 6.12달러보다 저렴하다. 접안료, 입항료 등 항만비용은 5만t 기준으로 일본은 3만5500달러, 중국은 3만2800달러인데 반해 한국은 2만100달러에 불과하다.
보스톤컨설팅그룹은 이같은 이점을 바탕으로 한국이 저장시설 건설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하면 단기적으로 3조6000억원, 장기적으로 60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오일허브 구축이 마무리된 2020년 이후 연간 250억달러 이상 석유류 중계 가공 수출이 가능하다는 추산이다.
정부는 단기간에 세계 3대 오일허브로 부상한 싱가포르의 사례를 참고했다. 정부 주도하에 저장시설 확보, 트레이딩 활성화, 장외시장 활성화, 파생상품 거래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민간 참여를 늘린다는 방안이다.
첫단계로 저장시설 확보를 위해 2020년까지 총 3660만배럴 규모의 저장시설을 마련하고 정부 비축물량 2000만배럴을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트레이딩에 사용할 수 있는 규모는 늘어나지만 자칫 에너지 안보가 취약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준동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현재 국가 비축물량은 세계 국가 가운데 4위 수준"이라며 "IEA 기준 비축의무량 90일을 넘는 123일 정도 비축하고 있어 국제기준을 준수하면서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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