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 제거하지 않으면 우리 몸이 죽는다는 암 덩어리"라면서 "확확 들어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이후 입버릇처럼 '손톱 및 가시'인 규제의 혁파를 강조해왔다. 같은 맥락이지만 최강의 단어에서 자못 비장함까지 묻어난다. 그만큼 규제 개혁이 절실하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말대로 규제가 암 덩어리라면, 한국 경제는 분명 중증 환자다. 역대 정권마다 규제를 완화겠다고 큰소리 쳤지만 규제 총량은 계속 늘어났다. 노무현 정부는 부처별로 규제 총량을 정한 뒤 '하나가 늘면 다른 하나를 없애는' 규제총량제를 도입했지만 2년 만에 흐지부지됐다. '규제 전봇대를 뽑겠다'고 한 이명박 정부에서도 규제는 증가했다. 2008년 말 1만2277건에서 2012년 말 1만4889건으로 21.3%나 늘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박 대통령이 "꿈속에서도 규제개혁을 생각하라"며 공직사회를 독려했지만 취임 후 줄기는커녕 되레 늘어났다.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지난해 말 기준 규제는 1만5269개로 전년보다 380개 증가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개혁에 한계가 드러난다. 스멀스멀 새로운 규제가 계속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기술 발전과 환경 변화 등에 따라 안전과 소비자보호 강화 등을 위한 새 규제의 출현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시장 관행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까지 법의 잣대를 들이대려는 행정편의적 규제다.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사회 양극화, 환경, 노동 이슈가 불거지자 유사한 의원입법이 양산된 것이 그런 경우다. 시대에 맞지 않아 유명무실해진 낡은 규제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최근 네거티브 방식으로의 전환, 규제총량제, 의원입법 규제 영향 분석 등 갖가지 개혁 방안을 내놨다. 말은 맞지만 제대로 실천하느냐가 관건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개혁이라야 한다는 점이다. 규제 총량부터 엄격하게 설정해 출발해야 한다. 그러려면 꼭 필요한 규제와 한시적인 규제, 불필요한 규제를 거르는 기준을 마련하는 게 필수다. 규제의 영향 평가를 근본적으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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