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20세기 벽두에 유럽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과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서 유래한 기념일이다. 1909년 미국에서 열린 기념행사를 제1회로 쳐서 올해는 106주년이다.
초기에는 독일의 클라라 체트킨을 비롯한 사회주의 여성 노동운동 지도자들의 주도 아래 주로 2~3월에 유럽과 미국에서 기념행사가 열렸다. 그러다가 1910년 중반부터 기념일이 3월8일로 통일됐고, 1977년 유엔 총회가 이 날을 '여성의 권리와 세계 평화의 날'로 선포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전 세계 공동의 기념일이 됐다. 올해도 각국에서 기념행사가 다양하게 열린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국 여성대회'가 개최되는 것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기념행사가 열린다.
올해 유엔이 정한 여성의 날 기념 구호는 '여성을 위한 평등은 모두를 위한 진보(Equality for Women is Progress for All)'다. 우리나라의 최근 상황에 견줘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선진국 문턱에서 활력을 잃기 시작한 한국 사회와 경제가 성큼 진일보해 선진국의 꿈을 이루는 데 여성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점을 우리는 이제야 비로소 진지하게 이해하기 시작했다. 여성이 더 많은 역할을 하려면 '여성을 위한 평등'이 사회 전반에 더 확산돼야 하는 것은 논리적 필연이다.
지난 수십년간 여성의 지위가 많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1970년대까지는 대학에 진학하는 여성이 극소수에 그쳤고, 1980년대까지만 해도 기업에서 여성에게 주어지는 일은 단순 노동이나 사무 보조, 비서 등에 국한됐다. 지금은 대학 진학률에서 여성이 오히려 남성을 앞지르고, 기업에서 중간 이상 관리직에 오르는 여성도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그러나 속으로 들어가 보면 여전히 벽은 높다. 17명인 장관 중 여성은 현재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한 명뿐이다. 1700여개 상장기업의 팀장 이상 관리직 중 7%, 임원 중에서는 2%만이 여성이다. 남성에 비해 여성의 시간제(파트타임) 등 비정규 고용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여성 자신의 분발과 더불어 여성에 대한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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