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일본 슈퍼마켓 체인이 중국 시장에 파고들었다. 일본 슈퍼마켓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역사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으로 인한 중국인들이 반일감정을 넘어섰다. 안전한 식품을 판매한다는 믿음을 심어준 덕분이다. 일본 슈퍼마켓 특유의 깔끔한 매장 구성과 제품 진열 방식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중국 언론매체 중신망(中新網)은 일본 최대 유통기업 이온그룹이 중국의 사치풍조 근절 캠페인에 타격을 받지 않고 탄탄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신망은 이온그룹이 앞으로 2016년까지 허베이(河北)성과 광둥(廣東)성에 식료품 슈퍼마켓 50곳을 신규 개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이온의 식료품 슈퍼마켓은 현재의 17개에서 4배로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온그룹은 지난해 말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에 첫 맥스밸류 아웃렛을 냈다. 매장 채소 코너 전광판은 잔류 농약 검사 결과를 보여준다. 맥스밸류는 이 서비스에 따라 중국 소비자가 안심하고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음식과 관련한 사건ㆍ사고로 중국 소비자들은 식품안전을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
맥스밸류 아웃렛은 연면적 1400㎡로 중국 슈퍼마켓보다 30%정도 좁다. 공간은 넓지 않지만 매장 구성에 경쟁력이 있다. 맥스밸류는 가운데에 주방을 운영한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반조리식품이 신선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맥스밸류는 또 운영 비용 최소화에 공을 들이면서도 매장 진열에 신경을 쓴다. 당근은 붉은 색이 돋보이도록 가지런히 진열한다. 사소해보이지만 차이는 적지 않다.
"상품이 진열된 모양만 보면 바로 일본 슈퍼마켓인지 아닌지 알아챌 수 있다." 어머니와 장보러 온 34세의 중국 여성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모녀는 오리 고기와 과일을 구매했다.
이온그룹은 편의점 체인 미니스톱으로 국내에 진출했으며 대형마트 체인 이온과 슈퍼마켓 체인 맥스밸류 등 200여개 계열사를 운영한다. 이온그룹은 중국에서 2년 안에 흑자를 낸다는 목표를 잡았다. 쑤저우 맥스밸류 아웃렛 2호점을 봄에 낼 계획이다.
이온그룹 계열사 마루에쓰는 장쑤성 우시(無錫)시에 지난해 9월 첫 중국 매장을 냈다. 판매 가격이 인근 채소ㆍ과일 가게의 2배에 이른다. 만다린 오렌지 500g에 15.8위안(약 2750원)을 받는다. 마루에쓰는 농약을 뿌리지 않은 유기농 작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마루에쓰는 처음에 전단지를 럭셔리 콘도 거주자에게만 뿌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단골이 늘어나고 있다"며 "요즘 매일 2000명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우시 도심에 8~9개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다른 유통회사 이즈미야는 쑤저우 슈퍼마켓의 음식 코너 주방을 유리 칸막이로 투명하게 공개해 청결함을 돋보이게 했다. 아울러 간접조명을 하는 등 인테리어를 세련되게 꾸몄다.
교토(京都), 오사카(大阪), 코베(神戶) 중심 중형 체인인 이즈미야는 쑤저우에 식료품ㆍ의류 매장을 2011년 열었다. 이 가운데 슈퍼마켓 부문은 잘 되고 있다. 1년 전에 비해 고객이 2배로 늘었다. 객단가도 초기보다 70% 증가해 약 100위안으로 높아졌다. 채소, 과일, 고기 등 신선식품이 매출의 35%를 차지한다. 가격은 높은 편이지만 어린 자녀를 둬 음식 안전을 중요하게 여기는 20~40세 연령 고객층에게 인기가 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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