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치고 빠지기' 전략에 뒤통수 맞은 서방·러, 크림 야욕 못버려…결국 우크라 EU통합 빨라질 것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러시아와 서방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마주앉은 지 하루만에 크림자치공화국 의회는 러시아와 합병을 결의했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전략에 따른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크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발견됐다. 친(親)러시아 세력이 장악한 크림 의회는 연일 중앙정부가 '불법'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크림을 방문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군사조사단은 무장 세력에 의해 강제로 퇴출됐다.
크림의 분리주의 움직임은 러시아의 지지가 없으면 탄력 받기 힘들다. 푸틴이 군사공격 카드에 기대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크림을 포기할 수 없다는 무력시위가 국제사회에 먹혔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다.
러시아가 이처럼 크림반도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러시아는 1954년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내줬다. 당시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의 일원이었기에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그러던 중 1991년 옛 소련이 갑자기 무너졌다. 이와 함께 크림반도가 행정 구역상 우크라이나에 포함되면서 갈등은 시작됐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지키기 위해 수백년 동안 애써왔다. 1853년에는 크림반도를 놓고 영국·프랑스와 전쟁까지 치렀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크림반도 남쪽 세바스토폴에 자국 흑해함대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형제의 나라' 우크라이나에 내줬던 크림반도가 유럽으로 편입되는 것을 결사반대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다시 내줄 리 만무하다. 휴가철만 되면 흑해 연안 최고 휴양 도시 얄타가 자리 잡은 크림반도로 많은 우크라이나인이 몰려든다. 크림반도 원주민인 타타르인들은 우크라이나인들보다 더 강하게 러시아에 통합되는 것을 반대한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크림의 러시아 합병 결의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은 크림의 결정이 "무력 위협으로 강요된 것"이라며 "크림은 우크라이나의 일부였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식으로든 러시아의 크림반도 공격·합병이 가시화하면 우크라이나 내 친유럽연합(EU) 세력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본다. 미국과 EU의 우크라이나 지원도 명분을 얻게 된다. 결국 크림반도를 잃은 우크라이나가 유럽에 더 빠르게 통합될 가능성이 크다.
지지부진한 조지아(그루지야)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도 탄력 받을 수 있다. 러시아는 옛 소련에서 독립한 조지아의 NATO 가입에 반대하며 불화를 빚다 2008년 전면전까지 치렀다. 러시아군의 압도적인 공세로 조지아는 개전 5일만에 항복했고 EU의 중재로 종전협정이 체결됐다.
조지아는 1~2년 안에 NATO의 일원이 되는 게 목표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공격으로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맹비난하면 조지아의 NATO 가입은 생각보다 쉬워질 수 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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