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통계, 범죄와 날씨 상관관계…“비 오는 날 심리상태, 범죄 영향”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은 비가 내리는 날에 살인이 저질러졌다. 그런데 이 같은 설정은 상당한 현실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2년 ‘범행 시 일기’를 분석한 결과, 비가 오는 상황에서 범죄가 일어나는 비율은 전체의 3.2% 로 흐림(1.3%), 눈(0.4%), 바람(0.1%)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살인사건만 놓고 보면 비가 내린 날의 비율이 더욱 높아진다. 2012년 1029건의 전체 살인사건 중 비가 올 때 일어난 사건은 64건으로 전체의 6.2%에 달했다. 비오는 날은 다른 범죄보다 살인사건 증가 비율이 두드러진다는 얘기다.
특이한 점은 폭설이 내릴 때는 범죄 비율이 뚝 떨어진다는 결과다. 검찰의 2012년 분석 자료를 보면 폭설이 내릴 때는 살인, 강도, 방화 사건이 모두 0건으로 나타났다.
날씨와 범죄의 상관성은 국내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의 ‘날씨 및 요일 특성과 범죄발생의 관계분석(2010)’이라는 논문이 대표적이다. 겨울철 최저기온이 높을수록 살인, 폭력, 강간 등 대인범죄 발생 건수가 증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의 하버드, 버클리대학 교수들이 연방수사국(FBI) 범죄보고시스템을 이용해 ‘1995~2001년 미국의 범죄 발생과 날씨의 관련성’을 추적 조사한 결과도 흥미롭다. 이에 따르면 1주일 사이에 평균 기온이 10% 떨어지면 범죄 발생은 5% 정도 감소하고, 1주일 사이에 2.5㎝ 눈이 내릴 때마다 범죄는 10%씩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검찰의 2012년 범죄 분석 결과에 대해 “날씨와 범죄 간에는 상관성이 있다. 비가 오는 날은 우울해질 수 있는데 비가 오는 날 살인 사건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그런 사람의 심리상태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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