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그야말로 ‘복덩이’다. 팀이 어려울 때 제 몫 이상을 한다. 고양 오리온스의 포워드 앤서니 리처드슨(31)이다. 체력 저하에도 고군분투를 거듭, 팀을 4위로 끌어올렸다.
오리온스는 4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라운드 홈경기에서 안양 KGC인삼공사에 80-71 승리를 거뒀다. 일등공신은 단연 리처드슨이었다. 27분여를 뛰며 19득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수비에서도 빛났다. 상대 주포 웬델 맥키네스를 10득점으로 막았다. 박빙 상황에서 턴오버 3개를 유도하며 주도권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 사이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경기 전에도 좋지 않았다. 최근 동료들의 줄부상으로 공수에서 부담이 컸다. 리처드슨이 “많이 피곤하다”고 토로할 정도다. 선수층이 두터운 오리온스의 최대 강점은 조직력. 그러나 2월 들어 무기는 무용지물이 됐다. 특유 ‘장신 라인업’이 무너졌다. 최진수가 신종플루 감염으로 고생했고 장재석이 13일 LG전에서 크리스 메시와 충돌해 허벅지 부상을 입었다. 김동욱도 감기를 앓았다.
무엇보다 오리온스는 리온 윌리엄스의 팔꿈치 부상이 뼈아팠다. 지난달 19일 서울 SK전부터 23일 창원 LG전까지 3경기를 결장했다. 지난달 27일 울산 모비스전에서 복귀했지만 슛 감각은 크게 떨어져 있었다. 9점을 넣는데 머물렀다. 지난 1일 원주 동부전에서 17득점 9리바운드로 컨디션을 회복한 듯했지만 이날 경기에서도 12분여를 뛰는데 그쳤다. 고스란히 부담을 짊어진 리처드슨에 대해 추일승 감독은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었다. 많이 미안했다”고 했다.
2월에만 2연패와 4연패를 당했지만 오리온스는 여전히 플레이오프에서 홈 이점이 있는 4위를 넘볼 수 있다. 이날 승리로 26승 26패를 기록, 4위 부산 KT(26승 26패), 인천 전자랜드(26승 26패)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리처드슨은 팀의 도약을 누구보다 기뻐했다. “팀이 잘 되는 것이 우선”이라며 “지면 의미가 없어진다”고 했다. 이어 “나만 체력적으로 힘든 게 아니다. 모두가 힘들다. 동료들과 6강 플레이오프를 잘 준비하는 데만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미 팀플레이의 핵심 역할을 해내고 있다. KT에서 이적하기 전만 해도 리그 득점은 1, 2위를 오고갔다. 오리온스에 둥지를 튼 뒤는 다르다. 동료 포워드들과의 협업으로 팀 득점을 올리는데 주력한다. KT에서 개인적인 이유로 경기를 결장하던 리처드슨은 더 이상 없다. 팀을 위한 포워드만 있을 뿐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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