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정책 알리기 힘들어...'깜깜이 선거' 될수도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오는 6월 4일 지방자치단체장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17개 시·도 교육감선거에서 이른바 '로또선거'로 불렸던 선거방식이 '교호순번제'로 변화되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뚜렷했던 지난 교육감 선거처럼 각 진영에서 어떤 인물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느냐도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올해 교육감 선거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하는 투표용지에서 1번, 2번 등의 기호가 사라지고 선거구마다 후보 나열 순서를 바꾸는 '교호순번제'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즉 후보자의 이름이 선거구마다 골고루 앞뒤로 배치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제가 아닌데도 유권자들이 교육감 후보를 정당의 기호 순서와 동일한 순서로 인식해 투표하는 경향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유권자들이 후보 개인의 자질이나 공약을 제대로 모른 채 지지 정당에 따라 지지 후보를 선택하거나 후보자 스스로 정치권에 의존했던 행태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16개 시·도교육감 선거는 실제로 '기호 순서 효과'가 매우 컸던 것으로 보인다. 기호 1번의 평균 득표율은 31.6%, 기호 2번은 23.1%, 기호 3번은 24.9%인 데 비해 기호 4번부터는 10%대로 크게 떨어졌다. 당선자 역시 기호 1번이 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기호 4번부터는 서울에서 기호 6번으로 당선된 곽노현 전 교육감 외에는 당선된 이가 없었다. 교육감선거에서의 기호는 '추첨'에 의해 결정됨에도 불구하고 시·도지사 선거처럼 '1번=여당', '2번=야당'이라는 공식에 의해 기호 3번 다음의 번호를 받은 후보자들은 사실상 당선이 어려웠던 것이다.
교호순번제 도입은 이 같은 부작용을 많이 해소해 줄 것으로 보이지만 그 한계 또한 지적되고 있다.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기호 1번이 무조건 유리했던 점이 사라진 정도"라며 "선거운동에 제약이 많고 완전한 선거공영제가 이뤄지지 않은 이상 공약이나 인물 중심의 교육감 선거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감 선거의 선거운동과 선거비용 조항이 공직선거법의 시·도지사 선거에 관한 규정을 따르도록 되어 있어 정당에 뿌리를 둔 정치선거와는 다른 교육감 선거만의 특수성을 살리기 어려운 형편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오랜 기간 교육계에서만 종사하다가 출마한 후보자가 정당의 지원과 조직, 자금 없이 개인 자금으로 선거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는 교육계 인사의 출마를 제한하고 당선 후 비리 연루, 대가성 인사 등을 하게 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전교조와 교총은 홍보까지 교육감 선거의 전 과정을 선거관리위원회 중심으로 완전 공영화하고, 후보자 토론회 등을 확대 실시하자고 국회 정개특위와 정치권에 강력히 요구했었지만 반영되지 못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에는 아직 1명도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다. 보수 진영 내에서는 현재 문용린 현 서울시교육감의 재선 도전이 확실시돼 '현직 프리미엄'이 막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교육감 외에 보수 진영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이미 출마 선언을 한 이상면 전 서울대교수와 조전혁 명지대 교수, 고승덕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다.
진보 진영은 발빠르게 단일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장혜옥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최홍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 정용상 동국대 교수, 조영달 서울대 교수, 윤덕홍 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이수일 전 전교조위원장, 조희연 선공회대 교수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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