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차원 비상경영 나서…"전시·프로모션 줄이고 제품 혁신으로 불안한 시장 이겨낼 것"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삼성전자가 마케팅 비용 20% 삭감을 비롯한 전사 차원의 위기관리에 나서며 비상경영에 나섰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다는 강한 위기감 때문이다.
곧 출시를 앞둔 갤럭시S5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신제품 출시 때마다 대규모 마케팅을 통해 갤럭시 브랜드 성장을 주도한 삼성전자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여부에 전자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마케팅 비용 20% 삭감을 비롯해 디바이스솔루션(DS), 소비자가전(CE), IT모바일(IM) 각 부문별, 부서별 비용 절감 대책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홍보, 마케팅 부문은 전체 비용의 20% 수준을 절감하는 쪽으로 목표치가 정해졌고 나머지 사업 분야서도 이에 준하는 비용 절감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내놓고 있다"면서 "내부에서 비상경영이라는 단어는 쓰고 있지 않지만 전사적인 비용 절감 대책을 통해 낭비되는 부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각종 전시, 프로모션 등을 크게 줄여나갈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시장은 있지만 일정 수익을 확보하지 못하는 제품의 경우 수익성 확보 시점까지 출시시기를 늦추거나 아예 출시하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 사회공헌 관련 비용은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비용 줄이기가 미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마케팅 비용을 큰 폭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R&D는 비용 절감 대신 당장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에 투자 비중을 높이고 각 사업부문별 중복 투자되던 부분도 전사 차원의 교통정리를 통해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기로 했다. 사회공헌 사업 역시 종전 수준의 비중을 유지하며, 시설투자의 경우 중국과 국내 사업장에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어 줄이기가 어렵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실상 마케팅 비용 외에는 크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지금까지 브랜드와 이미지 마케팅에 큰 비용을 써왔다면 올해는 전략 제품에 마케팅 비용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며 삼성전자 내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3월 출시될 갤럭시S5가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오른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갤럭시S5에 대한 평가가 올해 삼성전자 실적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불안한 시장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이를 넘어서는 제품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세간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전사적인 비용절감 자구안에 대한 불안 요인은 없을 것"이라며 "일정 부분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긴 하겠지만 갤럭시S5의 브랜드와 제품 혁신성이 이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5가 전략 제품인 만큼 충분한 마케팅 비용을 책정하고 이를 집행할 계획이다. 선택과 집중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비용 절감으로 인한 침체된 분위기가 갤럭시S5의 판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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