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겨울올림픽 축제가 열리고 있는 러시아의 경제가 점점 암흑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중반부터 진행된 루블화 약세는 올림픽이 열리는 올해 초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되레 낙폭을 키우고 있다. 경제지표 부진 탓에 루블화가 사상 최저치로 추락하고 있으며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 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루블화는 최근 유로에 대해 연일 사상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5월만 해도 유로당 40루블에 거래되던 루블화는 최근 유로당 49루블마저 넘어섰다.
루블은 달러에 대해서도 올해 들어 벌써 8% 가량 하락했다. 주요 신흥국 통화 중 아르헨티나 페소화 다음으로 가장 큰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루블 약세가 가팔라지자 러시아 정부는 최근 잇달아 국채 입찰을 취소해야만 하는 수모를 겪었다. 루블화 추락이 이어지자 해외 투자자들의 러시아 국채 수요가 줄었고 이 때문에 러시아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른 탓이다.
지난 17일 공개된 산업생산 지표는 루블화 약세를 부추겼다. 1.0% 증가를 기대했던 1월 산업생산이 0.2% 감소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대로 추락한 경제성장률이 올해 과연 회복세를 보일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 일간 베모모스티는 최근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지 않은 채 1월 국내총생산(GDP)이 감소세로 전환됐다고 보도했다. 루블화 약세 탓에 투자가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고 투자 위축이 GDP 증가세를 중단시켰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은 1.3%를 기록해 2012년 3.4%에서 크게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2014년 경제성장률을 3%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달 보고서에서는 2%로 뚝 떨어뜨렸다.
주가도 약세다. 러시아 RTS 지수는 올해 들어 벌써 9.7% 하락했다. 특히 소치 올림픽이 개막한 이후에도 2% 약세를 기록 중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소치 올림픽이 결국 러시아 경제에 독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소치 올림픽에는 역대 가장 많은 510억달러의 비용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투입된 비용은 64억달러에 불과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진행된 그리스 경기침체의 원인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찾는다. 그리스는 아테네 올림픽에서 약 15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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