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김연아(24)가 '아디오스 노니노'로 전 세계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고했다. 그의 퇴장과 함께 세계 피겨 역사는 한 시대를 마감했다. 아사다 마오(24), 안도 미키(27) 등 김연아의 경쟁자들까지 줄줄이 은반을 떠났다.
지난 10년 동안 얼음판은 동아시아 선수들의 무대였다. 정확히 김연아와 아사다의 경쟁 구도였다. 둘은 1990년생에 생일도 20일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주니어 시절부터 숙명적 라이벌로 부각됐다.
처음에는 아사다가 앞섰다. 2004~2005시즌 주니어 세계선수권(179.24점)과 그랑프리 파이널(172.83점) 등에서 1위를 했다. 거듭 2위(158.93점, 137.75점)를 한 김연아는 이듬해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177.54점)에서 우승했다.
본격적인 경쟁 구도는 시니어무대에서 10년 동안 이어졌다. 소치 동계올림픽 포함 13차례 맞대결에서 김연아는 9승 4패로 앞섰다. 2006~2007시즌 그랑프리 파이널(184.20점), 2007~2008시즌 그랑프리 파이널(196.83점), 2008-2009시즌 4대륙선수권(189.07점), 세계선수권대회(207.71점) 등에서 1위에 올랐다. 아사다는 2007~2008시즌 세계선수권(185.56점), 2008~2009시즌 그랑프리 파이널(188.55점) 등에서 우승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은 정점이었다. 아사다는 생애 최고 기록(205.50점)을 받았다. 그러나 김연아는 세계최고기록(228.56점)으로 반격했다. 이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라이벌 구도는 두 선수의 소치올림픽 출전 선언으로 다시 가열되는 듯했다. 그러나 아사다는 더 이상 김연아의 적수가 아니었다. 김연아는 2012~2013시즌 세계선수권에서 218.31점으로 우승했다. 아사다는 196.47점으로 3위였다. 소치 올림픽에서 격차는 더 벌어졌다. 김연아는 은메달을 따냈다. 아사다는 저조한 경기로 고국 팬들의 비판까지 받은 끝에 6위에 머물렀다.
김연아는 은반에 작별을 고했고, 아사다도 곧 은퇴할 것 같다. 무주공산의 은반에 러시아의 유망주들이 등장했다.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는 이번 올림픽에서 224.59점을 얻어 새 챔피언이 됐다.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도 돋보였다. 쇼트프로그램에서 65.23점으로 부진했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135.34점을 받아 만회했다. 엘리자베타 투크타미셰바(18), 안나 포고릴라야(16), 엘레나 라디오노바(15) 등도 러시아 정부의 지원 아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독주에 대항할 수 있다. 그레이시 골드(19), 폴리나 에드먼즈(16) 등 젊은 선수들이 예술성을 강조한 북미 피겨스케이팅 특유의 경기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골드는 이번 대회에서 4위(205.53점), 에드먼즈는 9위(183.25점)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에는 '김연아 키즈'가 있다. 김해진(17ㆍ과천고)과 박소연(17ㆍ신목고)은 소치에서 올림픽 데뷔전을 치르며 큰 자신감을 얻었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각각 16위(149.48점)와 21위(142.97점)를 했다. 김해진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느꼈다"며 "좋은 경험이었다. 앞으로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소연은 "다음에는 긴장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점프를 뛰고 싶다. 이제는 큰 대회에 나가도 이만큼 떨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