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 회장의 대표 사직…한국 '오너 시스템'의 증대변화 예고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다음달부터 월급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 달까지만해도 7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자리에 있으면서 10억원 이상의 월급을 받았지만 이들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월급이 없어진 것이다. 김 회장의 경우 관련법에 따라 등기이사를 맡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상황은 다르지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2010년 경영복귀 이후 등기이사직을 맡지 않으면서 한푼의 월급도 받지 않고 있다. 수십억의 월급을 받던 이들 회장들의 잇단 '월급 0원'은 책임경영을 강조하던 오너경영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회장은 그룹경영을 총괄하고, 전문경영인들의 계열사 경영을 맡는 경영시스템으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김 회장도 이건희 회장처럼 회장직은 유지하면서 그룹 경영을 총괄하기 때문에 회사의 각종 지원은 받게 된다.
한화그룹은 사장급 이상에게는 에쿠스 VS500을 제공한다. 또 개인 골프회원권은 물론 특급호텔 피트니스센터 회원권, 부부동반 연간 건강검진권, 개인 사무실, 개인 비서, 업무추진비 등이 제공된다. 김 회장이 대표이사에서는 물러났지만 그룹 회장직을 유지하기 때문에 이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김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더라도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것은 아닐 것으로 관측된다. 김 회장은 ㈜한화의 지분 22.5%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자 여전히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동일인(총수)이다. 대표이사직은 사임했으나 총수로서 실질적인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만성폐질환과 조울증을 앓으며 심신이 극도로 쇠약해진 김 회장은 당분간 건강회복과 치료에 전념할 계획이다.
이번 김 회장의 대표이사직 사임으로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3세 경영이 본격화되느냐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현재 김 회장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정기인사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차장)의 승진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그동안 김 실장이 보여준 역량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 실장은 한화솔라원 재직 시 영업이익 적자폭을 1355억원 이상(2012년대비 2013년 3분기까지) 대폭 줄이는 성과를 일궈낸바 있다. 또 지난해 8월 한화큐셀로 자리를 옮긴 뒤 그해 4분기 흑자전환을 이뤘고 또 최근에는 영국서 첫 태양광발전소 구축 사업을 수주하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이번 김 회장의 대표이사직 사임으로 김 실장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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