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국회가 18일 여야합의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선행학습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학원가의 선행학습을 규제하는 내용은 빠져있는 등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가 18일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공교육 정상화 촉진·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선행학습 금지법)은 ▲학교에서 편성된 교육과정을 앞서는 선행교육·평가 금지 ▲학교별 입학 시험에서 입학 단계 이전 교육과정 벗어나는 출제 금지 ▲각종 인증시험과 학교 밖 경시대회 실적 반영 금지 ▲사교육 기관의 선행학습 광고 선전 금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특별법은 이달 중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무난히 통과해 이르면 올해 2학기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는 학교 내신 시험이나 상급학교 진학 시험 등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문제가 출제되어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특별법이 적용되면 우선 대학입시 논술에서 고교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거나 고교 입학시험, 학교별 내신 시험 등에서 교육과정에서 배우지 않은 내용을 출제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외고·국제고 등 특목고가 설립 목적에 맞지 않은 '이과반', '의대준비반' 등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경우와 사립초등학교에서 '영어몰입교육'을 하는 경우 행정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된다.
교육계는 선행학습 금지법을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의지의 상징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실제로 사교육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며 향후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학원가는 학생들이 사교육을 찾는 근본 원인은 남보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사교육에 대한 수요가 줄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선행교육에 대한 광고만 금지했을 뿐 실제 선행교육 상품까지는 규제하지 못해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김무성 대변인은 “법안 취지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선행학습 유발의 원인인 입시경쟁과 지나치게 어려운 교육과정을 해소하는 근본적 처방없이 선행학습을 제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지나치게 어려운 교육과정으로 인해 학생들이 배워야 할 내용이 어렵고 학습량도 많아 학교는 진도를 나가기에 급급하게 되어 사교육 선행학습에 의존하는 근본원인이 된다”며 “교육과정을 난이도를 완화하고 수능 위주의 대입제도를 개혁하는 내용의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 제정을 위해 앞장서 노력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안상진 부소장은 법안 통과를 환영하면서도 “이 법률로 학원의 선행교육 상품이 근절되지 않을 경우 학원 선행교육 상품까지 동법에서 규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행학습 문제 출제 여부를 가릴 학교급별, 교과별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교육부 교육과정 계획서 지침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심화와 선행학습, 예습을 구분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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