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원산지 논란 빚은 고춧가루 사기 의혹 사건 파기 환송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수입산 고춧가루를 국내산으로 속이고 팔았다는 혐의를 입증하려면 과학적인 검증만으로는 부족하고 결과의 일관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농수산물의원산지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등의 혐의를 받고 기소된 임모씨와 임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A주식회사가 낸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고 19일 밝혔다.
임씨는 국내산 고춧가루와 중국산 고춧가루를 혼합 제조해 ‘국내산 100%’인 것처럼 판매한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징역 10월에 벌금 1000만원 판결을 받았다. A주식회사도 벌금 1000만원 판결을 받았다.
임씨는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1심과 2심 모두 NIRS(근적외선분광법) 분석기법에 의한 검증을 통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1차와 2차 검정을 통해 임씨가 판매한 제품의 일부 시료에서 국내산이 아닌 수입산이 혼합돼 있다고 판정했다. 문제는 1차와 2차 검정이 똑같은 시료로 이뤄졌음에도 판정 결과에 차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품질관리원 1차 검정에는 시료 11점 중 7점에서 국내산과 수입산이 혼합돼 있다는 판정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2차 검정에서는 1차에서 국내산으로 판정된 시료 3점은 혼합으로 변경됐고, 종전에 혼합으로 판정된 시료 2점은 국내산으로 변경됐다. 일부 시료는 다시 검사를 하자 국내산에서 수입산으로, 수입산에서 국내산으로 결과가 왔다 갔다 한 셈이다.
대법원은 “원심은 공소 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으나 이러한 조치는 과학적 증거 방법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방법은 오류의 가능성이 전혀 없거나 무시할 정도로 극소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야 법관이 사실인정을 하는 데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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