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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민중자서전 시집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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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구매신청을 했습니다. 책이 작년에 올라온 것으로 되어 있어 혹시나 하여 문자 드립니다."
"네, 먼지를 벗하던 책이 오래 기다린 끝에 갈피가 넘겨지며 숨을 쉬겠군요."
"감사합니다. 저희도 마침 필요로 하던 책을 마주하게 되어 어찌나 반갑던지요."


내가 넘기기로 한 책은 뿌리깊은 나무 민중자서전 스무권 전질(全帙)이다. 뿌리깊은 나무는 한창기라는 인물이 한국 출판문화의 기존 틀을 깨고 새로운 격을 세운 출판사이자 그곳에서 펴낸 월간지다. 한창기는 소리꾼, 가야금 명인, 고수, 설장구잡이, 춤꾼, 옹기장이, 목수 등 우리 문화의 명맥을 이어온 사람들과 이 땅 곳곳 토박이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민중자서전으로 냈다.

나는 1990년대 초 우리말과 문화를 더 알고 싶은 마음에서 이 책을 들여놓았다. 몇 권은 꼼꼼히 읽었고 몇 권은 들춰보기만 했다. 이후 10년이 흐른 뒤 이 책에 관심을 보인 한 후배에게 한 권을 빼내어 줬다.


또 약 10년이 지나, 나는 지난해 여름 도서관에서 '오래된 새 책'을 봤다.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라는 부제의 이 책에서 민중자서전을 구하는 사람이 많다고 읽었다. 한때 아끼던 책인데 낱권으로 흩어지게 하는 일은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빠진 책을 인터넷 헌책방에서 구했다. 내 손에 들어온 책이 내가 예전에 후배에게 선물한 바로 그 책일지도 모른다.

다시 갖춘 한 질을 지난해 8월 인터넷 헌책방에 올려놓았다. 인터넷 헌책방에서는 내 책을 사람들이 몇번 구경했는지 알려준다. 조회 회수가 뜸하게 늘면서 내 관심도 뜸해졌다. 앞의 연락을 받은 건 그러니까 반년 쯤 지나서였다.


민중자서전에 '나 죽으믄 이걸로 끄쳐 버리지'가 있다. 남도 전통 옹기쟁이 박나섭의 한평생과 그의 삶에 아로새겨진 옹기 공예를 담은 책이다. 한창기가 민중자서전을 펴낸 것은 이 책 제목처럼 되지 말라는 뜻에서였다.


움베르토 에코는 책을 남김으로써 인간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책으로 남아 불멸하게 된 예인과 장인, 토박이의 삶을 내 책장에 머물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민중자서전이 새로 깃을 들이게 된 그 연구소에서 생명을 되찾으리라고 기대했다. "책을 잘 받았고 상태도 좋더라"는 문자를 받고 나서 마음이 놓였고 홀가분해졌고 흐뭇해진 까닭이다.






백우진 국제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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