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 세계적인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바네사 메이(36)가 색다른 이력을 추가한다. 태국의 스키 국가대표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다. 1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로사 쿠토르 알파인센터에서 열리는 대회 알파인스키 여자 대회전에 87번째 선수로 나선다.
태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메이는 팝과 클래식을 넘나드는 바이올리니스트다. 1990년 발표한 '바이올린(Violin)'를 시작으로 앨범을 1천만 장 이상 판매했다. 영국 국적을 가진 그는 평소 스키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다.
2002년엔 아버지의 국적을 따라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려 했지만 태국올림픽위원회가 영국 시민권 포기를 요구하자 뜻을 접었다. 하지만 최근 이중 국적을 허가받아 스키 국가대표로 뛸 수 있게 됐다.
메이가 태국 국적을 고집한 데는 이유가 있다. 국제스키연맹(FIS) 점수 순위 상위 500위권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없다. 이런 나라들은 올림픽 알파인스키 회전과 대회전 종목에 남녀 선수 한 명씩 출전시킬 수 있다.
단 FIS가 주관하는 국제대회에 다섯 번 이상 출전해 평균 140점 이하의 성적을 남겨야 한다. 네 살 때부터 스키를 탔다는 메이는 지난달까지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하는 등 갖은 노력으로 올림픽 참가 자격을 땄다. FIS 평균 112.12점으로 세계랭킹 2253위다.
태국 선수가 동계올림픽 스키 종목에 출전하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이전까지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와 2006년 토리노 대회를 뛴 프라왓 나그바자라가 유일했다.
아버지의 성을 따 바네사 바나코른이라는 이름으로 설원에 오르는 메이는 "현실적으로 영국을 대표할 수 없지만 아버지의 나라가 나를 받아들였다"며 "선수 자격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다니 꿈만 같다.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 이 순간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곤 한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메이의 도전에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소치 동계올림픽의 감동 스토리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며 응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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