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전월세 거래사실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의 도입이 당분간은 추진되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전월세 거래신고제도를 도입하면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이다.
매매거래의 경우 계약 후 2개월 내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것과 달리 확정일자 신고 등을 통해 거래사실을 확인하도록 현행 체계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거래건수는 매매보다 전월세거래가 더 많았다. 전월세거래량은 137만3000건이었고 매매거래량은 85만2000건에 그쳤다. 전월세거래의 62% 수준이다. 전월세거래건수도 확정일자를 받은 거래만 해당돼 순수월세 등 집계되지 않은 전월세거래까지 포함하면 거래량이 더 많다.
전월세거래량이 매매거래량보다 많지만 거래가격 신고 의무 대상은 매매계약에만 한정된다. '부동산거래신고제'는 2006년 1월부터 시행된 제도로 매매계약을 체결한 이후 60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상은 토지나 건축물이다. 세금을 적게 내려고 이중계약서를 작성하던 관행을 없애기 위해 도입됐고 거래시장을 투명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에서 부동산거래신고를 명시하고 있다. 거래신고를 허위로 한 경우 해당 주택 취득세의 0.5~1.5배를 과태료로 물어야 한다. 올해 7월29일부터는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는데 부동산거래신고가 매수인과 매도인 모두에게 부과되는 의무이기 때문에 공인중개사 업무 관련법과 분리해 따로 법률을 제정한 것이다. 매매거래신고를 '중개업자'의 의무로 인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매매계약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거래신고를 지키도록 했지만 전월세거래는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국토부 홈페이지나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서 발표하는 전월세가격은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동사무소에서 전입신고후 확정일자를 받을 때 임차인이 작성한 가격을 토대로 전월세거래가격을 입력하고 있다. 확정일자를 받을 때는 임대차계약서를 지참해야 한다.
확정일자는 임차인이 임대차보호법상 우선변제권의 보호를 받기 위해 신청하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집주인이 확정일자를 못받게 하거나 임차인이 확정일자를 받지 않은 경우는 거래가격을 파악할 수 없다.
과거에도 몇차례 전월세가격신고제 도입을 검토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거래를 투명하게 하고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세입자 보호가 아니라 되려 세입자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컸다.
월세시장이 정착되려면 정확한 거래가격을 토대로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가격이 얼마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월세가 신고제에 앞서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임대주택이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는 몇채인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임대료를 얼마나 받는지도 모른다"며 "임대업자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월세신고제 및 월세 실거래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월세 체납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월세 시장의 정보 인프라를 확보하는 등 시장을 선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전월세 신고의무화가 임대주택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해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월세동향을 8개 시도만 공개하던 것을 전국 시·군·구로 늘리고 월세동향조사 표본을 3000여개에서 10배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주택 신고를 의무화하면 궁극적으로 공급축소가 우려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의무화보다는 세제나 금융지원 통해서 자발적으로 신고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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