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염전노예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이 엽기적인 사건이 당혹스럽기는 하지만 새삼스럽지 않다. 이러한 일이 처음이 아닌 것이다. 2012년에도, 2011년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적발됐고, 그 몇년 전에는 노예청년과 노예할아버지가 보도됐다. 그 이전 2006년에는 또 다른 사건에 군수가 사과성명을 내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여러 어린이를 유괴해 김 양식에 동원한 엽기적인 사건이 1976년에 보도됐고 그 내용 중에는 이미 십여년 전부터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니, 기록으로만 50년이 묵은 문제이다.
관련자들은 영세한 구조 운운한다. 그러나 바다가 거칠기는 하지만 그리 옹색하지 않다. 신안천일염 공식 홈페이지에 의하면 신안천일염의 종주인 비금도(飛禽島)의 별칭이 돈이 날아다닌다 하여 飛金島란다. 그 너른 곳에서 생산되는 소금이 종류에 따라 쌀이나 서리태 만큼의 가격이다. 한 대목을 인용해본다. "왜 염부들은 소금을 거둘 때 한 마디도 하지 않았을까. 혹 이방인의 방문이 불편했을까." "염부들이 수확한 소금이 소금창고가 차곡차곡 쌓인다. 염부들이 땀과 맞바꾼 돈이 쌓인다." 염전만이 아니라, 더불어 인권의 사각지대로 거론되던 김 양식과 새우 잡이 역시 웬만한 밑천이 없으면 못하는 사업이다. 앞에 거론한, 어린이 강제노동을 위한 유괴가 벌어진 인근 넙도의 당시 가구당 평균소득이 176만원이고, 그해의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일인당 평균하여 40만원이었다. 없는 것이 죄가 아니라 탐욕이 저지른 짓이었다.
홉스의 국가론은 국가 부재시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러한 혼란도 대등한 힘이 있을 때에나 일어나는 것이다. 그 힘의 균형이 깨지면 일방적 지배복종 관계 즉 한 쪽은 노예상태에 빠지고 이것도 나름 질서가 된다. 그렇게 수십년 간 유지됐다면 이는 개인적 일탈을 넘어선다. 그 독특한 경제적 토대와 사회적 구조가 뒷받침된 일상은, 그것이 착취와 수탈의 비인간이라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곰팡이가 슬고 이끼가 끼면 닦아내야 하지만, 햇볕에 말리지 않으면 또 생기기 마련이다. 인간의 탐욕이 특정지역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배 위에서 혹은 외딴 섬에서 벌어지는 일이 공개되지 않고 쉽게 덮일 수 있기 때문에 통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는 이 섬에 어떻게 등장해야 할까?
여러 민사관계까지 꼬인 이러한 구조적 문제의 근본을 경찰이 해결할 수 없다. 태생적으로 경찰의 조직과 임무가 그러하다. 인신매매를 통해 그 섬까지 흘러간 사람들을 '해방'시키면 다시 노숙자가 되거나, 또 다른 형제복지원으로 흘러들어가는 외에 어디 갈 곳이 있나? 1970년대 후반 이청준이 소설 '잔인한 도시'에서, 갈 곳이 없어 감옥을 드나들다 평생을 보낸 노인의 눈을 통해 교활한 방생 장사꾼에게 속깃(털)을 잘려 멀리 날지 못하고 매번 잡혀와 새장에 갇히는 새를 거울을 보듯이 관찰한 그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가족이 거둬주지 못하는 그 지점에, 노예상인이 아니라 국가가 나타나야 한다. 그것이 사회복지이다.
또한 선진국 세무공무원이라면 그 염전들, 명의 차용도 많은가본데 소득처리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할듯하다. 미국의 경우는 갱 영화를 통해 암흑의 세계에 대한 재무부 직원의 활약이 잘 알려져 있다. 독일은 사업자와 피고용자의 관계가 명료하지 않은 경우, 이를 세무당국이 통제하도록 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고 가택출입과 무기사용에 관해서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막강한 조사권한을 가진 우리나라 국세청은 어떨지 모르겠다.
한편 해당 지역의 평판을 땅에 떨어뜨린 이 사건이 터지기 직전인 이달 초에 국토교통부는 수천억원 규모의 테마파크와 해양리조트를 신안에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어쩌나!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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