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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정도전과 안철수의 새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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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정도전과 안철수의 새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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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말마다 집에서 TV 드라마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도전'이란 대하드라마 덕분이다. 주인공인 정도전(조재현 분)의 곡절 많은 인생사가 한 편의 시나리오가 됐다. 탄탄한 연기력을 펼치는 연기자들은 드라마 몰입도를 더욱 높인다. 무엇보다 정도전이 꿈꾸었던 이상정치가 드라마 속에 잘 그려졌다. 정권의 실세인 이인임(박영규 분)을 비롯한 기존 권력에 저항하고, 탐관오리 등 부패와 부조리에 굽히지 않는다. 유배와 유랑으로 고초를 겪으면서도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갈망을 키운다. 곧 방영될 이성계(유동근 분)와의 만남은 새 왕조 탄생의 신호탄이다. 주말이 기다려진다.


정도전은 고려 말 급진적 개혁 성향의 정치인이었다. 호는 삼봉(三峰). 그의 고향인 충청도 단양의 도담삼봉에서 따왔다. 그의 집안은 지방토호에 가까운 향리였지만 아버지 때에서야 중앙관료로 올라섰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와 아내 모두 서자의 자식이었고, 특히 모계에 노비의 피가 섞여 성리학자들 사이에서 홀대를 당했다. 조선을 개국한 뒤에도 '노비집안'이라는 꼬리표는 떨어지지 않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조선을 세워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으면서도 적서(嫡庶)나 양천(良賤)에 따른 신분차별을 주장하지 않았다. 특히 사농공상을 받아들이면서도 능력에 따라 벼슬에 오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도전이 처음 유배를 간 것은 이인임ㆍ경복흥 등의 친원배명정책에 반대해 북원 사신을 맞이하는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다. 그는 전라도 나주에서 2년여간 유배를 살았고 4년간 고향에 머물다가 북한산 밑으로 이사를 해 '삼봉재(三峰齋)'라는 움막을 짓고 글을 가르쳤다. 하지만 그를 배척한 관료들의 횡포에 내몰려 부평, 김포로 거처를 옮겨야 했다. 그는 9년간 유배ㆍ유랑 생활을 하면서 탐관오리들의 착취와 횡포를 겪었고 불교 폐단과 파탄 난 민초들의 삶을 직접 목격했다. 정도전이 혁명가의 길을 걷고, 그의 혁명이 역성혁명(易姓革命)에서 한발 더 나아가 깊은 애민(愛民)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려고 했다는 점은 이처럼 고난했던 삶에 뿌리를 두고 있다. 조선 개국 후 식구 수에 따른 토지재분배와 공전제(公田制), 10분의 1 세 확립 등을 통해 민생을 해결하려고 했던 것도 같은 배경이다.


그가 벤치마킹한 정치체제는 중국의 요순시대였다. 왕과 신하가 조화를 이루는 왕도정치를 통해 백성들이 배부르고, 도덕과 윤리를 실현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왕이 되려고 하지 않고, 신하가 되기를 자처했다. "한나라 고조가 장자방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장자방이 한고조를 이용했다"며 킹메이커(King-maker)의 길을 선택했다. 자신이 장자방이고 이성계가 한고조라는 것이다. 이성계를 왕으로 추대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현실정치에서 실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개국일등공신이 된 정도전은 도읍을 개경에서 한양으로 옮기고 정치ㆍ법 체제를 정비하는 등 '조선의 설계자'가 됐다. 조선왕조가 그의 정신을 두려워해서였을까. '왕자의 난'을 일으킨 이방원에 의해 죽임을 당한 뒤 그는 조선 500년간 개국공신의 명예를 회복하지 못했다. 고종 때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설계 등에 참여한 공을 인정받아 관직이 회복됐다.

정도전이 살았던 시절로부터 600여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에 '새 정치'를 내건 정치인이 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해 현실정치인 국회에 입성했다. 오는 3월 창당을 목표로 준비작업에 바쁘다. 지방선거에도 후보들을 내보낸다. '안철수 현상'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낸 그에 대한 신드롬은 대한민국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불신에서 비롯됐다.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새 정치'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안철수의 '새 정치'가 정도전의 그것과 닮기를 기대하는 것은 과도한 것일까. 시대가 바뀌어 겉모습은 달라지더라도 그 속에 담긴 철학과 정신만큼은 그러기를 바라 본다.






조영주 정치경제부 부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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