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신임 해양수산부 장관에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을 내정했다. 윤진숙 전 장관이 경질된 지 6일 만이다. 비전문가 여당 중진 의원을 선택한 것은 윤 전 장관을 발탁할 때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을 낳게 하는 이유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정홍원 국무총리의 제청을 받고 박 대통령이 이 의원을 해수부 장관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내정자는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거친 판사 출신 4선 의원이다. 2012년 대선 때에는 대선기획단장과 특보단장을 맡아 박 대통령을 도운 '친박'인사이기도 하다.
이번 인사는 그동안 박 대통령이 보여준 인사 방식과 몇 가지 차별점이 있다. 우선 타이밍이다. 윤 전 장관이 퇴임식을 한지 4시간 만에 후임 발표가 나왔다. 장관급, 공공기관장 자리를 몇 달씩 빈자리로 놔두던 행태와는 딴판이다. 여수 기름유출 사태 등 현안과 조직의 안정을 떠올리면 공백 없는 인사는 바람직하다.
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비전문가 정치인의 선택이다. 국회 청문회에서 윤 전 장관 자질이 문제됐을 때에도 박 대통령은 전문성을 내세워 임명을 강행했다.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윤 전 장관은 전문가, 여성, 발탁인사라는 상징성이 있었다. 이번 이주영 의원의 장관 내정은 그 같은 '윤진숙'의 상징성을 모두 지운 꼴이다. 친박계 중진인 이 내정자는 박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국회, 특히 여당과의 소통이 원활할 것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투자 활성화, 창조경제 관련 법안 등의 조속한 국회 처리나 국민체감 우선의 국정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대통령 의중을 잘 아는 인물, 검증된 정치인의 선택은 역설적으로 여성, 전문성, 발탁인사를 배격한 셈이 됐다. 소신 있는 장관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한 번의 인사를 놓고 인사 스타일을 예단할 수는 없다. 행여 그동안의 '수첩인사' 논란이나 국회 청문회의 어려움 때문에 박 대통령이 잘 알려진 인물, 쉬운 청문회 통과를 우선하는 쪽으로 인사 행태를 바꾸는 전환점이 되지 않기 바란다. '수첩'을 비판하는 것은 폭넓은 인재풀과 철저한 검증을 강조하는 것이지 전문가 발탁인사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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