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우리 경제의 일본화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됐다. 오늘까지 이틀간 열리는 '경제학 공동 학술대회'에서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경제의 일본화 가능성과 시사점'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를 앞장서서 경고했다. 1990년대 초 장기불황에 들어설 때의 일본경제와 지금의 한국경제가 여러모로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과 인구의 고령화 속도 등 일부 측면에서는 오히려 지금의 한국경제가 당시의 일본경제보다 더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한국경제의 일본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2012년 중반부터 저금리ㆍ저물가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이런 우려가 고조됐다. 그동안 온 교수 외에도 다수의 경제학자와 경제연구소가 한국경제의 일본화 가능성을 거론해왔다. 예컨대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해 10월 '한ㆍ일의 저성장 비교, 일본화 경계 필요'라는 보고서를 통해 '일본식 디플레이션의 도래'를 경고했다. 잠재성장률에 미달하는 저성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부동산가격 하락 등 자산감가의 영향 등에 기인한 소비자 구매력의 급격한 둔화가 겹치면서 장기 경기침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반론을 펴는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12월 기업계와 학계 인사들을 초청해 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가 한은의 물가안정목표 범위를 아래로 벗어나 있다고 일본과 같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선을 미래로 좀더 멀리 두고 지금의 경제 상황을 가늠해보면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경제의 생산성과 활력을 떨어뜨리고 내수확대를 저해하는 저출산ㆍ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출산율 하락과 인구고령화 속도 둘 다 세계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가 경제를 압박하는 효과는 대단히 크다. 가계부채 문제는 거품붕괴 시기의 일본에 비해 지금 우리가 훨씬 심각하다. 이는 경제성장률이 다소 높아진다 해도 소비수요가 쉽게 증가하지 못하게 하는 족쇄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타난 경기회복세의 확산을 기대하지만 내수의 뒷받침 없이는 그게 쉽지 않다. 정부 경제정책 당국은 한국경제의 일본화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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