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 모처럼 온기가 돌고 있다. 매매량이 늘고 가격도 오름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4823건으로 1년 전보다 4배 이상 늘었다. 가격도 전달보다 서울이 0.02% 오른 것을 비롯해 전국 평균 0.11% 상승했다. 5개월째다. 취득세 인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활성화 대책이 시행된데다 '집값 저점' 인식이 확산되면서 실수요자들이 매매에 나선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전체에 온기가 퍼진 건 아니다. 전세난은 요지부동,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주 서울 전세값은 0.15% 올라 75주 연속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60.42%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원에 육박한다. 가히 '미친 전세금'이라 할 만하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광역시는 이미 지난해 5월 전세가율이 70%를 넘어섰다.
전세난민이 생겨날 정도다. 서울 인구가 1월 기준 사실상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미친 전세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시민들이 경기도와 인천 등지로 빠져나간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세금 폭등으로 전체 전세보증금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과다한 전세보증금이 가계부채를 늘리고 금융회사들에 구조적인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셋값이 이처럼 뛰는 것은 수요가 공급보다 많기 때문이다. 요인은 복합적이다. 인구구조의 변화로 1인 가구가 급증한다.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재생사업으로 인한 재고 주택 감소, 이주수요 증가 등도 원인이다. 주택보급률은 지난해 말 기준 102.9%로 100%를 웃돌지만 지역별, 규모별로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는 것이다. 집값 하락 우려에 따른 전세 선호 심리도 간과할 수 없다.
서울의 올 재건축, 재개발 물량이 2005년 이후 9년 만에 최대치인 3만 가구라고 한다. 전세대란 재연이 걱정된다.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좋기로는 공급을 늘리는 것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주택 건설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자칫 공급과잉 우려도 있다. 다주택자 임대사업을 활성화해 기존 주택을 임대로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다. 전세수요를 매매로 돌리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전세 지원보다 월세 지원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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