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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이규혁의 20년 '투혼'…이젠 1000m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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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이규혁의 20년 '투혼'…이젠 1000m만 남았다 이규혁[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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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그는 500m 금메달을 기대했다가 4위에 그친 모태범(25ㆍ대한항공)부터 다독였다. "4위도 정말 잘했다. 기록경기는 매일 컨디션에 따라 다를 수 있다. 1, 2등을 해야 경기를 즐기는 것은 아니다. 날이 맞지 않았을 뿐이다." 속살에 가서 닿는 한 마디였을 것이다.

이규혁(36ㆍ서울시청)의 긴 여정이 끝나간다. 11일(한국시간) 500m에서 18위를 했다. 이를 악물고 달렸다. 12일 열리는 남자 1000m 경기가 그의 고별경기다. 아이가 태어나 어른이 될 긴 세월 동안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얼굴 노릇을 한 그를 '노메달의 영웅'이라고 부른다.


1991년 처음으로 대표선수가 됐을 때 그의 나이 열세 살. 어지간한 소년이라면 철이 들기도 전이다. 3년 뒤에는 올림피언이 됐다.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이었다. 그는 모두 여섯 차례 올림픽 링크를 달렸다. 쉼 없이 얼음을 지친 20년 동안 가슴에서 태극 마크가 떨어지지 않았다.

올림픽을 앞두고 SBS가 추산한 기록이 흥미롭다. 이규혁이 빙상 선수가 된 뒤 30년 동안 하루 평균 8km씩 훈련해온 거리를 집계하니 48,000km나 됐다. 지구 한 바퀴를 돌고도 8,000km나 더 돌았다.


그뿐인가. 제주 올레길 전체 코스(425km)를 113바퀴, 400m 길이의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을 12만 바퀴 돈 것과 같다. 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1,138번 완주하고 현재 올림픽이 열리는 소치에서 한국까지 7차례 왕복한 거리이기도 하다.


이규혁은 세계스프린터선수권대회에서 네 차례나 정상에 올랐고 월드컵시리즈에서도 통산 14개의 금메달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림픽 링크는 그에게 금단의 공간처럼 냉혹한 곳이었다. 소치동계올림픽에서도 메달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규혁에게 올림픽은 어떤 의미일까. 500m 경기를 마친 이규혁은 인터뷰에서 "(올림픽은)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부족함'보다 '도전'이라는 단어에 20년 세월의 무게가 실렸다.


이규혁은 남은 시간을 '맛있게' 즐길 작정이다. 그는 "500m보다 1000m 페이스가 좋은 상태다. 1000m는 좋아하는 종목이고 나를 있게 해준 종목이다. 집중해서, 마지막 도전을 잘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말하는 동안 미소가 입가에 머물렀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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