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주공 1단지 41㎡, 한달새 4000만원 올라 6억9000만원에 거래…강남권 상승세 주도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박혜정 기자] #"죄송하네요, 먼저 손님이 와서요." 지난 8일 개포동 주공아파트 인근 A중개업소를 방문한 지 10여분만에 이곳을 찾은 매매 문의자는 2명. 중개업소 대표가 순서를 정리하고 계속 얘기를 나눴다. "재건축 임박한 아파트는 전세나 월세가 싸다면서요?"라고 먼저 온 이는 임대를 찾았다. 봄을 앞두고 보통 매물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지만 최근 썰렁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다른 모습이다. "이제는 집값 하락세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대표는 설명했다.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70%에 바짝 접근하는 등 시장여건 변화 속에 서울 강남권 주택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연초부터 꿈틀대던 재건축 대상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단지에서만 포착되던 오름세는 확산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개포주공과 신반포1차 등 10여개 대형 재건축 단지의 사업추진 속도가 빨라진 것도 요인이다. 이에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개포주공 1~4단지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지난해와 비교해 최근 매매값이 크게 올랐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 거래량이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집주인들이 내놓은 호가에 맞춰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 12월 6억5000만원대에 거래된 1단지 (전용)41㎡는 1월 6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한달새 4000만원이 뛴 셈이다. 조만간 40㎡대 초반 면적대는 모두 7억원대로 호가가 바뀔 것이라는 게 1단지 인근 B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위한 주민 총회에서 모든 안건이 가결되며 가장 빠른 사업속도를 보이고 있는 2단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월 4억원대에 거래되던 25㎡가 연말에는 4억3000만원대로 뛰더니 지난달에는 4억5000만원대에도 주인을 찾았다.
투자 문의도 늘었다. 개포동 재건축 5개 단지 모두 사업에 탄력을 받은 데다 정부의 규제 정책이 완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2단지와 건축심의를 준비 중인 1ㆍ4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후 상승 전망이나 개발분담금 등을 문의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4단지 인근 C공인 대표는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의 바로미터 '은마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연말까지 조심스레 언급되던 집값 하락세가 이제는 모두 사라진 상태다. 12월부터 1월 사이 일부 저가 매물이 일제히 소진된 후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소폭 상승했다. 인근 D공인 대표는 "12월 7억 후반대에 거래된 93㎡대가 1월 8억원을 넘어서는 등 확실한 반등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며 "재건축 속도에 맞춰 투자 문의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주 서울시 심의를 통과한 신반포1차도 서초구 일대 재건축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반포 주공1단지 1ㆍ2ㆍ4주구 일대는 1년새 시세가 1억원 가까이 올랐다. 105㎡의 매매가의 경우 1억원 올라 18억5000만원 안팎, 138㎡는 23억원 이상을 바라봐야 한다. 반포동의 E부동산 대표는 "반포 주공1단지는 전용 비율이 높고 조합원이 2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는 기준이 완화되는 등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졌다"며 "지난달 구정 전후로 호가가 크게 올랐고 매매 문의도 꾸준히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반포 주공 3주구도 상황은 마찬가지. 85㎡이하인 반포주공 3주구는 오는 5월 조합원 설립 인가를 앞두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됐다. 지난해 초 매매가 10억8000만~10억9000만원이던 78㎡는 현재 11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집값 상승 요인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실거래보다는 호가만 뛰고 있다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호가는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어서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거는 시장 전망이 밝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공사 중인 아크로리버 파크 옆에 위치한 신반포(한신)15차 아파트와 반포 경남아파트도 호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포 경남아파트의 경우 79㎡의 매매가가 1년새 5000만원가량 올라 7억2000만원선이다.
눈에 띄는 점은 이같은 강남권 상승세가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대목이다. 지난주 부동산정보업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재건축 매매가 변동률은 전국 0.36%, 서울 0.51%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3구 재건축 매매가 변동률은 0.78%로 지난해 12월(0.21%) 대비 3배 이상 상승 폭이 커졌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단지의 집주인들이 매물을 회수하거나 매도호가를 올리면서 이들 단지들이 재건축 상승의 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강남3구에 재건축 단지들이 집중된 만큼 이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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