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만에 나온 경매물건 낙찰가율 107%…꾸준한 인기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평소 강남권 저층 재건축 단지에 관심이 많던 김정대(가명)씨는 지난 4월 1년여 만에 법원 경매장에 나온 개포주공 4단지(전용 50㎡ㆍ감정가 6억4000만원)를 보고 입찰을 결심한다.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한 김씨는 1회차에서 낙찰받기 위해 최저가보다 무려 1000만원이나 높은 가격을 써냈다. 김씨는 낙찰을 자신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자신의 입찰가는 턱도 없었다. 이 물건은 결국 최저가보다 무려 4500만원 높은 금액을 써낸 김모씨에게 돌아갔다. 8대 1이라는 경쟁률과 107%의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경매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일반 매매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면서 경매로까지 떠밀리는 사례가 줄어든 것이다. 4·1부동산 대책 효과가 잦아들고 있지만 강남 저층 재건축 단지는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4일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강남 최대 저층 재건축 단지인 개포주공아파트 경매물건은 지난해 5월 이후 법원 경매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다 지난 4월 1년여 만에 등장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무려 107%의 낙찰가율을 기록하며 최근 경매장에서 보기 힘든 고가낙찰 사례를 남겼다.
개포주공의 경우 4·1대책 이후 5월 중순까지 강남 아파트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4월 첫 주(0.10%) 반등에 성공, 5월 첫 주 0.51% 상승하며 고점을 찍었다. 지난 주 정부가 취득세 감면 연장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며 하락 반전했지만 여전히 문의 전화는 많다고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전했다.
개포동 D공인 관계자는 "그동안 쌓여있던 급매물들이 4월에 대부분 소진되면서 거래가 주춤한 상황이지만 문의는 꾸준하다"면서 "취득세 감면 연장 불가 등 안 좋은 소식들이 들리면서 매매가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 개포주공은 5월 전체 거래량은 4월보다 줄었지만 실거래가는 높은 경우가 눈에 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개포주공 4단지 전용 42.44㎡는 지난 4월 6억5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지난 달 1일과 7일 각각 6억1000만원, 6억1200만원에 거래됐다.
반포와 고덕 등 다른 강남 재건축 단지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다. 반포주공에선 지난해 10월 이후 단 한 건의 경매 물건도 나오지 않았다. 시공사 선정에 두 차례 유찰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던 고덕주공에서도 올해 3건의 경매 물건이 나오는 데 그쳤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경우 마지막 남은 저밀도 재건축이어서 강남 입성 막차를 타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최근 단지 전체를 허물고 다시 짓는 방식의 재개발·재개발 사업을 지양할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또 과거 부동산 과열기 고점에서 수억원 떨어진 가격에 현재 시세가 형성돼 있어서 상대적으로 싼 가격으로 보이는 착시효과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개포주공 3단지 50㎡ 매매가는 고점이었던 2009년 7월 12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이후 하락을 거듭해 지난 4월 이와 같은 단지·평형이 무려 4억500만원 하락한 8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재건축 단지들은 최근 수년간 시세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올 상반기 저점을 확인했다"면서 "추가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는 실수요자들에겐 강남권 인프라 활용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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