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4ㆍ1 대책의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 강남 중대형 아파트 중 시세가 분양가 이하로 떨어진 단지가 속출해 주목된다. 최근 입주한 새 아파들인데도 중대형 인기가 낮아지면서 불과 1~2년여만에 시세가 분양가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강남 중대형 아파트는 부동산 시장 활황기인 2006년 전후로 시세상승을 이끌었던 단지들이어서 시장에서는 마지노선인 분양가 돌파를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8일 일선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 SK뷰', 도곡동 '래미안 도곡 카운티' 등 최근 1년 이내에 입주한 아파트 단지의 전용 84㎡ 이상 중대형 매매값이 분양가를 밑돌고 있다.
개나리 SK뷰 84㎡(이하 전용면적 기준)의 경우 최근 로열층 두 가구가 11억원에 거래됐다. 2011년 6월 분양한 이 아파트 84㎡의 분양가는 평균 10억9500만원으로 옵션 비용을 합하면 분양가는 11억1000만원 수준이었다. 여기에 취득세 등 부대 비용을 감안하면 총 매입비용은 11억원을 훨씬 웃돌았다.
127㎡의 경우는 최근 실거래 사례가 없지만 매수호가는 15억5000만원 선으로 분양가(15억8000만원 선)보다 수천만원 떨어진 상태다. 인근 래미안 도곡 카운티 106㎡의 경우도 최근 로열층 조합원 물량이 12억5000만~12억8000만원에 거래가 됐다. 분양가는 11억8000만원 선이지만 일반분양 분이 대부분 1~2층 저층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분양가를 밑도는 것이다.
인근 H중개업소 사장은 "강남 40평형대의 경우 저층과 로열층이 보통 1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며 "조합분을 제외한 일반분양이 저층 50여가구 밖에 안돼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중대형 시세는 분양가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남 새 아파트의 중대형 시세가 이처럼 분양가를 하회하는 것은 부동산 경기침체로 실수요자들이 10억원이 넘는 고가 중대형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강남구 84㎡ 이상 중대형의 3.3㎡당 평균 시세는 3012만원으로 역삼 SK뷰나 래미안 도곡 카운티 중대형의 3.3㎡당 평균 분양가(3100~3200만원 선)보다 많게는 수백만원 떨어진 상태다.
특히 4ㆍ1 대책 이후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시세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양도세와 취득세 면제 등의 혜택에서 제외된 중대형의 경우 매수호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 중대형의 추락세가 지속될지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역삼 SK뷰 인근 K중개업소 사장은 "강남 중대형의 경우 10억원 이상의 고가가 많아 양도세 면제 등의 혜택을 줘도 매수세가 살아날지 의문"이라며 "중대형 시세를 반등시키려면 종부세나 1가구2주택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관련 세금 전반에 대한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창익 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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