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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체념한 골목상권…"중소기업 살리겠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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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일대 조명기기·위생도기 판매 밀집지역은 "침체 그 자체"
금융위기 후 70% 급감한 매출 '여전'…"건설규제 풀면 나아질까"


경제회복 방안으로 중소기업과 골목상권 육성이 강조되기 시작한지 1년. 수많은 논의 속에 대안마련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면 박근혜정부 2년차를 맞아 서서히 효과는 나타나고 있을까? 아직은 체감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2.8%에 이어 올해 3.8%가 예견되는 등 각종 수치는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실제 골목상권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경기와 밀접한 골목상권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본다.

[르포]체념한 골목상권…"중소기업 살리겠다구요?" 청계천 일대는 위생도기와 조명기구 판매점, 각종 공구 판매점 밀집지역이다. 이곳은 수십년간 유지해온 명성을 뒤로한 채 오랜동안 판매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대책이 강도높게 마련되고 있지만 이들은 손사래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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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손선희 기자] "거 재수 없으니까, 여기서 나가요!”

호통부터 나왔다.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역 인근 조명가게에 들어가 말을 건네자마자 돌아온 답이었다. 굵직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50대의 조명가게 사장 A씨. 아직 점심시간이 되기 전 '개시'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손님도 아닌 사람이 "장사가 좀 어떠신가요"라고 묻자 '장사꾼답게' 몰아붙인 것이다.


그런 반응은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어서 너스레를 떨며 좀 설명을 해달라고 채근하자 짤막하게 얘기를 했다. 그는 "여기서 13년간 장사를 해왔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물건이 팔리지 않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가게 문을 열고 반 정도 기간에는 그럭저럭 물건 파는 재미를 느꼈다"면서도 "그 이후 절반 기간에는 장사가 거의 안 된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도 가게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조금이라도 물건이 팔린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어 재차 "얼마나 팔리느냐"고 물었으나 다시 차가운 말만 돌아왔다. A씨는 "(팔리는 양이) 말도 못할 지경이니 묻지도 말라"며 입을 꾹 닫았다.


서울 중구 청계천 일대 위생도기와 조명기구 판매 자영업자들이 장기간 판매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A씨의 말대로 금융위기 전부터 시작된 불경기는 이곳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오래도록 건설경기가 침체된 데다 구매패턴이 크게 변화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설경기가 좋았을 때는 새 아파트 입주자들이 매도한 구형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하느라 조명기구와 위생도기 판매도 덩달아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새 집마저 남아도는 시절에 접어들어 굳이 이곳 상가를 찾아 리모델링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하는 고효율 조명기기 교체 바람도 이곳에서는 영향이 없다. 서울시는 오는 2018년까지 시내 거리 및 건축물 조명을 형광등에서 발광다이오드(LED) 제품으로 전면 교체하기로 한 바 있다. 세운상가에서 LED 조명기구 판매점을 운영하는 B씨는 "일반 조명제품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장기간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개인들이 사는 경우가 더러 있어 좀 낫다"면서도 "많은 업체들이 경쟁을 하고 있어서 크게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공기관에서 매입하는 LED 조명기기는 대량으로 제조업체에서 직접 구매하기 때문에 이곳 일대 조명기기 판매점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고도 했다.


30년 넘게 위생도기와 타일을 팔고 있다는 김모 이사는 "정말 요즘이 최악"이라고 표현했다. 김 이사는 "최근 위생도기 공급계약은 10년 전에 비해 약 30%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판매물량이 너무 크게 줄어들고 판매경쟁은 심화된 탓에 제값을 받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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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오랫동안 한 곳에 머물며 인맥이 넓은 그는 "다른 가게도 같은 처지에 처해있다"면서 "오래된 건물이 많고 스스로 건물 안팎을 고쳐보려는 사람들(DIY족)이 늘어난 만큼 좀더 건설규제를 풀어주면 나아질 것 같다는 얘기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적부진이 오랜동안 지속되자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떠나는 자영업자들도 적지 않다. 청계천 일대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최모씨는 "문 닫고 골목을 떠나는 사람들은 흔히 볼 수 있지만 새로 진입하는 사람은 적다"며 "비어있는 공간을 가진 건물주도 답답한 마음"이라고 한숨지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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