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해진 공화당 태도 주목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 연방정부 채무한도 상향 조정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화당 하원의원이 연방정부 일시폐쇄(셧다운)가 이뤄졌던 지난해 10월에 비해 유연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주목된다.
강경파 공화당 의원들 중에서도 지도부가 조건 없이 채무한도를 상향 조정해주려 하면 말리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 의원들의 채무한도 상향 조정 문제에 대해 한결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채무한도 상향 조정 협상이 이전과 달리 큰 진통 없이 마무리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공화당 하원 지도부가 조건 없는 채무한도 상향 조정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그동안 공화당 하원이 채무한도 상향 조정이나 예산안 협상에서 어깃장을 놓다가 여론의 역풍에 시달린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셧다운이 발생하고 말았던 지난해 10월의 경우 공화당은 채무한도 상향 조정의 조건으로 민주당에 오바마케어의 시행 연기나 키스톤 파이프라인 건설 승인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재 공화당 지도부는 이 두 가지 요구조건을 다시 내세울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오바마케어 시행 연기는 있을 수 없다는 민주당의 태도가 강경한 데다 자칫 두 가지 조건을 밀어붙였다가는 역풍에 시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여론 악화를 경험했던 공화당 내부의 동요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지도부는 오마바케어 시행 연기 등의 조건을 내세웠다가는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동의를 얻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공화당 지도부가 두 가지 방안 대신 내세울 만한 다른 조건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협상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내세울 만한 또 다른 조건도 마땅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건 없는 채무한도 상향 조정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몇몇 공화당 의원들은 정부 지출을 줄이기 위해 조건을 붙여 채무한도를 상향 조정해준다는 원칙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강경파 공화당 의원들 중에서도 일부는 불가항력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스티브 킹(아이오와ㆍ공화)은 조건 없는 채무한도 상향 조정 안건을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도부가 통과시키려 하면 저지하려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킹은 약 30명의 다른 공화당원들도 이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발언도 고민이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베이너 의장은 전날 공화당은 "미국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가 되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어떻게 채무한도를 상향 조정할 것인지와 관련해 협상할 수 있는 옵션은 많다"고 말했다.
톰 콜 하원의원(오클라호마ㆍ공화)은 베이너 의장의 발언과 관련해 "의장이 채무한도는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분명히 했기 때문에 조건 없는 채무한도 상향 조정도 하나의 선택 사항"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은 지난해 10월에 채무한도를 한동안 적용하지 않기로 했을 때에도 결국 아무런 조건을 걸지 못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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