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권 고객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고 대응에 무책임ㆍ무능력하고 갈팡질팡하는 데 대한 개탄과 분노의 소리가 높다. 그 대상은 경제ㆍ금융정책 총괄 지휘자인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금융분야 정책과 감독업무 최고 책임자인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다. 야당과 금융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이들 세 관리에 대한 문책과 경질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의 대응 태도는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던 게 사실이다. 현 부총리는 문책론에 대해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만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고 적반하장의 발언을 했다가 사과해야 했다. 신 위원장과 최 원장은 국회에서 각각 "이번 사고는 한 사람의 실책에 따른 것",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 매뉴얼을 안 지킨 인재"라는 식으로 엉뚱한 답변을 했다. 자신들의 책임을 부정하고 더 나아가 국민, 금융소비자, 금융회사 실무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였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텔레마케팅(TM)을 3월 말까지 전면 중단시키는 조치를 취한 지 열흘 만인 어제 부랴부랴 거둬들였다. 여론의 반발과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에 견디지 못한 것이다. 애초 TM 중단조치가 저소득 비정규직의 금융권 텔레마케터 수만 명의 일자리를 빼앗는 측면을 간과한 것이 잘못이었다.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금융 보안의 허술함이 TM 자체에서 기인한 것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경제부총리의 지휘능력 및 금융감독기관장의 정책 판단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 정부 경제팀과 금융정책ㆍ감독 당국은 어느 때보다 기민하고 빈틈없는 위기대응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초부터 개시한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로 인해 아르헨티나가 국가부도 위기에 몰리는 등 전 신흥국들이 몸살을 앓는 중이다. 우리나라도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경제부총리와 금융당국 수장들에게 조타수 역할을 계속 맡겨놔도 괜찮을까.
인사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심사숙고하되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현임자의 임기가 두 달도 채 안 남은 한국은행 총재 후임자 지명도 서둘러야 한다. 정부 경제팀과 통화ㆍ금융당국 수장에 대한 전면적인 쇄신인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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