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최고의 수비 팀답게 수비수가 MVP를 차지했다. 미국프로풋볼(NFL) 시애틀 시호크스의 라인배커 말콤 스미스(25)다. 제48회 수퍼볼(Super Bowl)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시애틀은 3일 뉴저지 주 이스트러더포드 메트라이프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수퍼볼에서 덴버 브롱코스에 43-8 대승을 거뒀다. 일등공신은 데뷔 3년차인 스미스. 수비 가장 뒤쪽에서 태클 4개와 인터셉트 1개로 상대의 공격을 저지했다. 15-0으로 앞선 전반 종료 3분 36초 전에는 쐐기 득점도 올렸다. 덴버 쿼터백 페이튼 매닝의 패스를 가로채 그대로 69야드를 질주했다. 이어진 터치다운에 시애틀은 전반을 22-0으로 크게 앞선 채 마쳤다.
역대 수퍼볼에서 라인배커가 MVP를 거머쥔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선 수상자는 척 하울리(1971년)와 레이 루이스(2001년)다. 그 뒤를 잇게 된 스미스는 “늘 멋진 플레이를 상상해왔지만 MVP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드래프트 전체 275순위로 프로에 입문한 스미스는 지난달까지 후보 선수였다. 빼어난 수비수들이 대거 포진한 시애틀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주전으로 부상한 건 지난달 중순부터다. K.J 라이트가 오른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되면서 공백을 메울 적임자로 낙점을 받았다. 스미스는 빠른 결단력과 힘, 스피드 등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특히 1월 20일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와의 내셔널콘퍼런스(NFC) 결승에서는 종료 직전 상대의 공격을 온몸으로 저지해 피트 캐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스미스의 MVP 수상은 장애를 극복한 성과라서 더욱 눈길을 모은다. 그는 대학시절 음식이 식도에 오래 머무는 식도이완불능증(achalasia)을 앓았다. 수술을 받아 증상이 완화됐지만 위산 식도역류증이 도지면서 여전히 식사에 어려움을 겪는다. ESPN은 “체중 유지의 어려움으로 미식축구를 하는데 고생이 많았다”며 “노력으로 가득한 인생에 의미 깊은 트로피가 생겼다”고 전했다. 주위의 우려에 스미스는 “내게 먹는 것은 고된 훈련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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