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채권 선전·주식 부진…기관투자가들 중심으로 투자 확대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신흥국 금융시장의 혼란이 확대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이 채권으로 쏠리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과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은 신흥국 통화가치의 급락으로 연초부터 글로벌 주식시장이 부진을 겪고 있지만 채권 시장으로는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세계 채권 투자 수익률을 보여주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글로벌 브로드 마켓 지수'는 지난달 1.6%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주가 추이를 보여주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월드 지수'는 4.1% 하락했다.
지난달 채권 투자 수익률이 증시 상승률을 웃돈 것은 2008년 이후 8년만에 처음이다. 특히 미국·유럽·일본·영국 등 선진국 4대 증시는 대규모 자금 유출로 한 달 동안 동반 하락했다. 1월 기준으로 이들 증시가 동반 하락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라 채권시장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관투자가들 중심으로 채권 투자 확대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주요 연기금들은 최근 잇따라 채권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다. 유럽 제2의 자산운용사 슈로이더는 최근 대량으로 주식을 팔고 채권 매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 고용지표 부진, 중국의 제조업 경기 위축, 신흥국 통화가치 폭락 등 연초부터 일련의 사건이 증시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채권은 꾸준한 금리상승에도 이런 충격의 영향을 덜 받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테이퍼링으로 이머징 시장의 금융 불안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금 기관투자가들의 안전자산 선호 움직임은 향후에도 이어질 듯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런 분위기를 '리버스 로테이션'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이는 채권시장의 부진으로 투자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과 반대되는 현상을 말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큰 폭의 금리인상으로 채권시장을 무너뜨린 1994년 악몽이 반복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 소재 자산운용사 베어링스의 앨런 와일드 채권 및 통화 부문 대표는 "올해 채권이 의외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1994년 채권 폭락 사태는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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