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직원 5명, 취업 브로커로부터 수천만원 받고 기간제 근로자 채용 개입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기간제 근로자 채용을 약속하고 수천만원대의 금품을 챙긴 서울시설관리공단 직원과 구직자들로부터 2억원이 넘는 알선비를 받아 온 취업 브로커가 경찰에 적발됐다. 공단은 직원 여러 명이 조직적으로 연루된 채용 비리를 내부 조사나 감사과정에서 전혀 적발하지 못하면서 운영 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기간제 근로자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들로부터 총 2억5000여만원의 돈을 받아 챙긴 혐의(업무상 수뢰)로 취업 브로커 강모(46)씨를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과 짜고 채용결과를 조작한 공단 인사담당직원 정모(54)씨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직원 등 5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강씨는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공단 고위직에 부탁해 2년 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기간제 직원으로 채용되도록 해주겠다'며 1인당 500만∼600만원씩을 받아챙겼다. 이런 방식으로 49명으로부터 총 2억5000여만원에 달하는 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채용 희망자들로부터 받은 돈 가운데 4000여만원을 공단직원인 정씨에게 건네며 채용을 청탁했다. 경찰은 이 돈 중 일부가 채용 평가위원회 평가위원으로 참석하는 관리처장과 팀장 등에게 흘러들어갔다고 밝혔다.
금품을 받은 공단 직원들은 직원 채용 과정에서 심사과정을 일부 생략해 주거나 면접 점수를 고치는 방식으로 평가서를 위조했다. 경찰 조사결과 강씨에게 청탁을 한 49명 중 30명은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돼 이미 근무를 하고 있고 19명은 채용대기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대부분은 부부나 친인척 관계에 있는 사람으로 밝혀졌다.
시설관리공단 측은 뒤늦게 "경찰 최종 수사결과가 발표되면 관련 직원들을 직위해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수십명에 달하는 기간제 근로자가 채용되는 과정에서도 이를 적발하지 못해 주먹구구식 채용 시스템에 대한 비난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적발된 채용비리 사실에 대해 서울시와 감사원에 통보하고 기간제 근로자 채용에 시의원이나 시청 공무원들이 개입한 정황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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