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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대한민국은 압력밥솥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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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저널리스트가 본 ‘우리나라 학습방식’…학생들 몰아붙이기 성과 좋지만 부작용

[Book]"대한민국은 압력밥솥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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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교육 예찬에 이어 최근에는 미국 교육장관까지 나서서 "한국 교육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의 수준높은 교원양성 시스템과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이 지금의 한국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스웨덴 제1야당 대표 스테판 뢰프벤 역시 "스웨덴 교육 경쟁력이 떨어질 위기에 처했는데, 앞으로는 한국이 어떻게 교육문제를 다루고 있는지 배워야 한다"고 말해 스웨덴 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당장 현지 언론에서는 "학생들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한국식 시험 위주의 교육을 스웨덴이 절대로 본받아선 안된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각 나라마다 교육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학생들의 낮은 학업능력이 아킬레스건이었고, 교육선진국으로 알려진 스웨덴 역시 최근 들어 학생들의 수학 능력이 떨어지면서 대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한국은 과도한 사교육과 주입식 입시교육, 학벌 서열화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각기 다른 교육모델을 가진 나라들은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곤 한다. 신간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는 세계 교육 강국의 시스템을 비교한 '교육 르포르타주(탐사기록)'이다. 저자는 '타임(TIME)'지의 저널리스트 아만다 리플리다.

저자가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9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결과를 접하고 나서다. 당시 미국 학생들은 전세계 65개국 가운데 수학 26위, 과학 17위, 읽기/독해 능력 12위를 차지했다. 그러면서도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세계 2위를 차지한 것을 보고 저자는 충격을 먹었다. 이후 장장 3년간에 걸쳐 저자는 전세계 교육강국을 직접 방문하고, 현지로 간 교환학생들을 심층 인터뷰했다. 대상국은 세계 최고의 성적을 기록한 '핀란드', 뜨거운 교육열로 유명한 '한국', 성취도 평가에서 눈에 띄게 성적이 향상된 '폴란드', 이 세 나라다.


이 책의 흥미로운 지점은 외부인의 시선으로 한국 교육의 장단점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1년간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미국 청소년 에릭의 눈에 비친 한국 고등학생의 일과는 "아침 8시에 등교해 오후 4시까지 수업을 받고, 수업이 끝나면 보충수업을 듣고, 학교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뒤 다시 야간 자율학습을 한다. 밤 9시에 학교 문을 나서지만 발길은 집이 아니라 학원으로 향하는" 여정이다. 에릭은 이런 상황을 경험하면서 왜 그토록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계속되는 수업과 공부에 학생들은 지쳤던 것이다. 에릭은 말한다. "한국에서는 학교가 절대 끝나지 않는다. 어떻게 10대 청소년들이 공부 외에 다른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일까?"

저자는 한국을 직접 찾아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을 인터뷰하고, 정부에서 학원들을 단속하는 현장에도 동행한다. 일 년에 400만달러를 벌어들인 한국의 한 사설입시학원의 스타 강사를 만난 후에는 "연 수입이 프로 운동선수들만큼 되는 교사를 처음 만났다"며 흥분한다. 상위 1% 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더 좋은 성적을 요구하는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을 두고서는 성적에만 집착하는 이 사회의 갖가지 병폐에 대해서도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낸다. 이런 과정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한국교육은 '압력밥솥' 같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공부 시간을 제한할 정도로 집착적으로 공부한다. '코치'형 부모에서 교사 그리고 경찰관까지 모두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하는 역할이 존재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반면 핀란드와 폴란드의 교육은 어땠을까. 세계 2위의 행복지수를 자랑하는 핀란드의 교육은 한 마디로 '유토피아적'이다. 핀란드의 교원양성과정은 석사 학위 취득은 기본이고, 가장 어려운 코스의 학문을 이수해야하는 등 혹독하기 그지 없다. 학생들 역시 교사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 지를 잘 알고, 이들을 존경한다. 핀란드에서 미국으로 유학 간 엘리나는 "미국 학생들은 많은 요구를 받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기대치가 낮기 때문에 결과도 낮게 나오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폴란드 교육은 가장 많은 변화를 보여줬다. 1997년 취임한 미로스와프 한트케 교육부 장관은 교육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학생들이 제대로 배우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이고 표준화된 시험을 도입했으며, 교사들에게는 교과서와 커리큘럼을 선택할 자유권을 줬다. 이 결과 2000년부터 2006년 사이 폴란드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는 눈에 띄게 향상됐다. 학생들은 밤에도, 주말에도 시험 준비를 위해 공부하기 시작했으며, 남자아이들은 양복과 넥타이를 착용하고 여자아이들은 정장 원피스를 입고 시험장에 온다.


한국과 핀란드, 폴란드의 교육 역시 미완성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세 나라의 사례를 통해 좋은 성적을 내는 똑똑한 학생은 절대 학생 한 사람의 노력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부모, 교사, 정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압력밥솥'이라는 지적을 받은 한국 교육계가 새겨들을 만한 충고도 등장한다. 교환학생 1년 과정을 밟으러 왔던 에릭이 6개월 만에 "이 곳을 하루 빨리 떠나고 싶다"고 두 손 두 발 들게 만든 한국 고등학교의 현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 / 아만다 리플리 지음 / 김희정 옮김 / 부키 / 1만48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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