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노진규(21·한국체대·사진)에게 올림픽 금메달은 꿈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2014 소치동계올림픽은 병상 위에서 개막한다.
쉼 없이 달려 왔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희망'이라는 칭찬도 들었다. 2010~2011시즌 성인무대에 데뷔한 뒤 2011년 3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관왕(1000m·1500m·3000m)을 차지했다. 2012~2013 월드컵 3차대회까지 1500m 11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지난해 대표 선발전에서 3위에 그쳐 올림픽 개인전 출전은 무산됐다. 계주에만 출전할 수 있었다. 그래도 한국의 올림픽 출전권을 한 장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월드컵 1차 대회 1500m에서 우승하는 등 힘을 보탰다.
하지만 그는 아팠다. 골육종(뼈에 생긴 암). 암 환자 100만명 중 15명 정도에 나타나는 흔치 않은 질병이다. 지난해 9월 크기가 6㎝ 정도 되는 종양을 발견했다. 양성이라고 했다. 올림픽을 마치고 수술하기로 했다.
화불단행이라고 했던가. 지난 14일 훈련을 하다 넘어져 왼쪽 어깨와 팔꿈치 뼈가 부러졌다.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9살 때 처음 스케이트화를 신은 뒤 줄곧 꿈꿔온 올림픽 금메달의 꿈도 잠시 접었다. 종양은 그새 13㎝까지 자라 있었다.
22일 수술대에 올랐다. 골절 부위를 접합하고 양성에서 악성으로 이행한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왼쪽 견갑골을 들어냈다. 그는 수술을 앞두고 국내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계주만큼은 꼭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며 동료의 선전을 기원했다.
큰 수술이었지만 성공적으로 끝났다. 전이가 심하지 않고, 치료율도 70~80%로 높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내주부터 항암치료를 병행한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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