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영규 기자]경기지역 '여자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 5명이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22일 청구했다.
근로정신대는 일제 강점기 말 태평양전쟁이 발생해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일본이 결성한 조직으로 전쟁 수행을 위한 노역에 주로 투입됐으며 여성 대원으로 이뤄진 여자근로정신대도 비슷한 시기에 결성됐다.
일제의 근로정신대 피해를 입은 김성주 할머니(85·안양) 등 5명은 이날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12년 제정된 '경기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여성근로자(여자근로정신대) 지원 조례'에 따른 보상금을 도지사가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의무 불이행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김 할머니 등은 특히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을 돕지는 못할망정 (조례를 제정해놓고 보상금을 주지 않는 등)더 이상 우롱하거나 상처를 줘서는 안된다"며 "국가사무 탓만 하지 말고 차라리 '나는 주기 싫다'고 고백하는 것이 솔직한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앞서 도의회는 2012년 11월 정부의 대일항쟁기 지원위원회에서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로 결정된 경기도민에게 ▲월 30만원의 생활보조비 ▲본인 부담금 중 월 30만원 이내 진료비 ▲100만원의 사망 장제비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 공포했다.
그러나 김문수 지사는 지난해 11월 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은 국가가 할일이지 지방이 할 일이 아니다"며 "일제시대 여러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지원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도내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는 35명이고 일제강점기 징용 등의 피해를 입은 남성은 3500명가량"이라며 "이들 남성들까지 포함하면 수백억원의 예산이 필요해 재정난을 감안하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경기지역 피해자 할머니들을 돕는데 한해 1억원이면 충분하고, 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 조례를 실시하는 광주광역시의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고 있다며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조례는 광주시가 2012년 7월 조례를 제정, 첫 지원에 나섰으며 서울시도 올해 비슷한 조례를 만들고 1억68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성주 할머니는 지난해 11월 일본 미쓰비시를 상대로 진행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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