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모태범(25·대한항공)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2관왕을 노린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와 1000m다. 500m에서는 2010 밴쿠버 대회에 이어 연속우승에 도전한다. 소치에서는 1000m에 더 욕심을 낸다. 지난 15일 빙상대표팀의 기자회견에서도 “1000m에 맞춰 근지구력과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태범이 목표를 이루려면 1000m와 1500m의 강자 샤니 데이비스(32·미국)를 제쳐야 한다. 밴쿠버 대회 1000m에서도 데이비스에 져 은메달에 머물렀다. 데이비스는 2006 토리노 대회에 이어 1000m 2연속 우승을 이뤘고 이제 3연속 금메달을 원한다. 그는 어린 시절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훈련을 병행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는 쇼트트랙 종목에 출전했다.
■ 직선 주행 VS 코너링
데이비스는 2003년부터 스피드스케이팅에 집중해 세계 정상급 선수가 됐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직선 주로에서 끌어올린 스피드를 코너를 돌 때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데이비스는 코너에서 상체를 최대한 숙여 공기 저항을 줄인다. 초반 스피드가 부족한 약점을 극복하고 결승선까지 속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이 방법으로 세계기록을 잇달아 바꿨다. 2009년 3월 솔트레이크시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000m(1분06초42·종전 1분07초00), 그해 12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는 1500m(1분41초04·종전 1분41초80)을 갈아치웠다.
모태범은 초반에 강하다. 소치에서도 초반에 승부를 걸 계획이다. 모태범은 “처음 200m 구간에서 좋은 기록을 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600m 구간을 좋은 기록으로 통과한 다음 마지막 한 바퀴(400m)를 버티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모태범을 지도하는 케빈 크로켓(40·캐나다) 코치의 생각도 같다. “초반 200m에서 0.5초, 600m 지점에서는 0.7초를 이겨야 한다. 그래야 데이비스의 막판 스퍼트를 따돌릴 수 있다”고 했다.
■ 시간싸움
모태범은 지난달 8일 독일 베를린에서 끝난 월드컵 4차 대회 1000m에서 1분09초50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1차 대회 6위, 3차 대회 10위 등 부진했지만 1~3차 대회 우승자 데이비스를 3위(1분09초59)로 밀어냈다. 모태범은 데이비스보다 초반 200m에서 0.80초, 600m에서 1.18초 앞섰다.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데이비스의 스퍼트가 불을 뿜었지만 모태범은 결승선을 0.09초 먼저 통과했다. 두 선수의 간격은 마지막 400m에서 1.09초차로 줄었다.
그런데 크로켓 코치가 600m 지점에서 0.7초를 이겨야 한다고 짚은 이유는 모태범의 후반 체력이 그만큼 향상됐기 때문이다. 모태범은 최근에도 장거리 선수 이승훈을 파트너 삼아 지구력 훈련을 해왔다.
데이비스도 준비를 끝낸 것 같다. 그는 지난 19일 일본 나가노에서 끝난 스프린트 세계선수권에서 2위를 기록하며 올림픽 리허설을 마쳤다. 현재 코치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훈련하고 있다.
<모태범 프로필>
▶생년월일 1989년 2월15일 ▶출생지 서울 ▶체격 172㎝ 72㎏
▶출신학교 한국체육대학교 ▶소속팀 대한항공
▶주요성적
-2006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500m 1위
-2007년 토리노 동계유니버시아드 500m 3위
-2007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500m 1위
-2009년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 1000m 1위·1500m 1위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500m 1위·1000m 2위
-2011년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종합 2위
-2012년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종합 3위
-2013년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500m 1위·1000m 2위
<샤니 데이비스 프로필>
▶생년월일 1982년 8월13일 ▶출생지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체격 188㎝ 85㎏
▶출신학교 노던미시건대학교 ▶소속팀 없음
▶주요성적
-2004년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1500m 1위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1000m 1위·1500m 2위
-2007년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1000m 1위·1500m 1위
-2007년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종합 3위
-2008년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1000m 1위·1500m 2위
-2009년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종합 1위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1000m 1위·1500m 2위
-2011년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종합 3위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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