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7개월이나 남았지만 벌써부터 전세매물 선점 나서
대단지 입주하면 전셋값 일시적으로 하락했던 과거와 대조적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가격만 맞으면 단지 위치도와 도면만 보고 바로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전체 단지의 30% 가량인 1000가구 이상이 전·월세 매물로 나오고 있지만 가격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올랐다."(아현뉴타운 C공인)
"올해부터 내년까지 인근에 4000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입주하니 매출도 자연스럽게 늘지 않을까 싶다."(아현시장 상인)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아현뉴타운. 오는 8월 입주를 앞둔 이곳에서는 한겨울임에도 곳곳에서 분주하게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전체 3885가구 규모(전용면적 59~145㎡)로 올해 입주하는 아파트 단지 가운데 가장 커서 주목 받는 곳이다. 지하 6~지상 30층짜리 44개 동으로 구성된 대단지는 고층과 저층이 어우러지며 점차 외형을 갖춰가고 있다. 일부 동은 외부 페인트칠까지 끝냈다.
마포는 서울 도심과 여의도 등 주요 업무단지와 접근성이 뛰어나 실수요자들의 인기가 높다. 이 때문에 불황에도 집값 하락은 크지 않고 전셋값이 높기로 유명하다. 또 지하철 2호선 아현역, 5호선 애오개역을 도보로 5~10분 내에 이용이 가능할 정도로 초역세권 단지다. 그래서인지 전세시장은 뜨겁고 대단지 입주를 앞두고 시장 상인들의 기대감도 높은 상태다.
당초 아현뉴타운 입주가 시작되면 마포구 일대 전셋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입주를 7개월 앞둔 아현뉴타운 일대 전세시장은 한겨울 비수기에도 전세매물을 잡기 위한 세입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지만 미리 전세 매물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마포구 B공인 관계자는 "지난 2011년 아현뉴타운이 첫 삽을 뜰 때만 해도 앞으로 마포구 일대 전셋값이 어느 정도 안정될 것으로 봤다"면서 "하지만 지난해부터 전셋값이 장기간 오르면서 전셋값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주인들도 전셋집이 부족하다는 걸 잘 알고 있어 입주 시기가 다가오면 전셋값은 더욱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아현뉴타운의 전세 시세는 전용면적 59㎡형이 3억5000만~3억8000만원 선이라고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전한다. 매매 호가는 5억원이 채 안 되지만 실제로 거래가 성사되는 일은 드물다. 매매와 전세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도 포착된다. 마포구 A공인 관계자는 "한 집주인이 전용면적 59㎡형을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50만원을 받고 싶다고 해 깜짝 놀랐다"면서 "강북이라 거래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월세를 원하는 집주인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포구 일대에는 아현뉴타운 뿐 아니라 북아현뉴타운, 아현4지구를 재개발한 공덕 자이 아파트 등 신규 공급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북아현뉴타운의 경우 최근 추가분담금을 두고 조합이 시끄러운 상황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서울 지하철 2호선 아현역 인근 공사현장에는 분담금이 너무 높다는 하소연이 담긴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면서 인근 상권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현뉴타운과 맞닿아 있는 아현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뉴타운 추진한다고 사람들 다 떠나면서 장사하기 정말 힘들었다"면서 "아파트 입주 끝나고 올해 연말부터는 살만해지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