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혜노믹스엔 바이오가 없다<중>바이오선진국을 눈여겨보라
-난치병 환자들 빠른 혜택, 임상 절차 간소화 절실
-일정 수준 생산되면 희귀의약품 취소도 해결해야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수백조원에 달하는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이오기업을 죄고 있는 손톱 밑 가시를 과감히 뽑고 바이오선진국 선례를 '처방'하는 것이다. 단순히 연구개발(R&D) 자금을 대주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개발-상업화에 이르는 단계별 맞춤 처방을 도입해야 한다.
초기 바이오기업은 수년간 R&D를 끌고 갈 자금줄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정부가 2012년 바이오기술 R&D에 지원한 예산은 1조6814억원. 1994년에 비해 30배 이상 늘었지만 주요 선진국에는 한참 못 미친다. 지난해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일본 정부는 각각 307억달러(32조원), 4052억엔(4조원)을 바이오기술에 쏟았다.
지금 당장 정부 예산을 이들 국가처럼 늘릴 수는 없다. 대신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해 바이오기술 R&D 투자 비중을 늘려나가는 한편 엔젤매칭펀드 등을 통해 민간투자를 활성화할 필요는 있다. 미국, 아일랜드, 덴마크 등 일부 국가는 민간투자 중심으로 R&D가 이뤄진다. 미국의 경우 민간이 바이오기술 R&D에 투자한 금액은 220억달러(2009년)로 정부 투자금(46억달러)의 5배 가까이 된다. 아일랜드와 덴마크는 각각 5.6배, 2.3배 민간 투자금이 더 많다. 반면 우리나라는 민간 투자금(11억달러, 2011년)이 정부 투자금(25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인·허가 장벽 앞에 선 바이오기업은 국내 임상시험 결과를 해외에서 인정받길 원한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국가 등 국제규제조화회의(ICH) 소속은 임상결과를 서로 인정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회원국이 아니라 해외진출 과정이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난치성질환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해 항암제처럼 임상3상과 허가를 동시에 진행하는 '조건부 허가'를 적용해달라는 요구도 있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는 "최근 일본은 줄기세포치료제 임상 절차를 간소화하는 제도를 정비하는 등 정부 차원의 육성이 이뤄지고 있다"며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빠른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도 줄기세포 분야는 기존 의약품과 다른 임상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장 독점권을 인정해주는 해외 사례 역시 부러움의 대상이다. 미국, 일본, 호주, EU 등은 희귀질환치료제를 허가할 때 5~10년의 시장 독점권을 준다. 희귀질환치료제 개발을 장려하고 개발사의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건데, 국내에는 이런 혜택이 없다. 생산 실적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희귀의약품 지정을 취소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상업화 단계에 진입한 기업은 '어떻게' 팔 것이냐가 관심사다. 바이오시밀러 업계는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은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첫 바이오시밀러에 1년간 독점권을 주고 헝가리와 독일 일부 지역은 바이오시밀러 할당량을 뒀다. 모두 보험 재정을 절감하기 위한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립대병원부터 바이오시밀러를 적극 활용한다면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도움 되고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낮은 인식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반인 대상 전문의약품 광고제한을 풀어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사 처방이라는 필터가 있는 만큼 걱정할 일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정책지원실 관계자는 "자사 홈페이지에 허가 내용, 임상시험 결과 등 객관적인 정보를 싣게 하면 새로운 바이오의약품을 알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배은희 한국바이오협회장은 "의약품은 건강보험과 의사 처방권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적극 나서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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