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정책 밑그림 사라진 신약투자'의 위기
-박 대통령 공식석상서 한 번도 '바이오' 언급 안 해…업계 "이러다 뒤쳐질라" 우려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카티스템(줄기세포치료제)’·'램시마(항체바이오시밀러)’·'허쥬마(항체바이오시밀러)’.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은 우리나라 바이오 의약품이다. 국내 바이오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대외적으로 굵직한 성과들을 하나둘씩 거두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의 지원은 산업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주요 국가가 매년 수조~수백조원의 돈을 쏟아부으며 전략적으로 바이오산업을 육성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제 막 개화하는 바이오산업은 누가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다. 대한민국이 바이오 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제들을 살펴본다.
"박근혜정부에서 '바이오'가 사라졌다."
바이오신약 개발사 A 임원의 하소연은 박근혜정부 들어 뒷전으로 밀린 바이오산업의 씁쓸한 현주소를 보여준다. 세계적으로 바이오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지만 박근혜정부는 이에 대한 배려도, 관심도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 신년사를 비롯해 공식 석상에서 바이오산업을 언급하지 않았다. 가장 최근 있었던 신년 기자회견 때도 바이오는 '비정상의 정상화', '창조경제', '내수활성화'라는 굵직한 이슈에 밀렸다.
관련 부처도 마찬가지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바이오 자리는 소프트웨어(SW)와 정보통신기술(ICT)이 메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보건의료 규제 완화라는 거대 이슈에 함몰됐다. 박 대통령의 인식이 부처까지 움직인 결과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 "중국은 신에너지, 차세대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신흥 산업 육성을 계획하고 있고 한국은 창의성을 바탕으로 과학기술과 ICT, 산업과 문화를 융합하는 창조경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창조경제에서 바이오는 열외인 것이다.
과거 정부와 비교해보면 바이오산업에 대한 정권별 관심도가 들쑥날쑥하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바이오신약을 10대 신성장동력으로 꼽았다. 국내 바이오산업은 대부분 이때 출발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녹색성장'에 방점이 찍혔지만 바이오산업 정책이 꾸준히 나왔다. 당시 지식경제부에 바이오나노과가 신설됐고, 2011년에는 이 대통령이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을 방문해 줄기세포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렇듯 달라진 온도 차에 바이오업계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피부로 느껴지는 혜택 없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밀려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바이오산업은 미래부와 산업부, 복지부 등 산업 진흥과 규제라는 상반된 성격의 부처가 관여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에 한 발씩 걸치고만 있을 뿐 체계적으로 지휘할 '선장'이 없는 것. 배은희 한국바이오협회장은 "바이오 정책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어 각 부처의 주요 정책이 밀리는 면이 있다"면서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중국은 바이오산업을 7대 전략적 신흥 산업으로 정하고 수년째 바이오산업 기반 강화에 '올인'하고 있다. 덕분에 중국 바이오산업은 2005년 6000억위안(105조4440억원)에서 2010년 1조6000억위안(281조1840억원)으로 연평균 21.6%나 급성장했다. 미국은 2012년 국립보건원(NIH)과 국가과학재단(NSF)에서 319억달러(33조원)를 건강·보건분야에 쏟아부었다. 일본도 지난해 '국가과학기술기본계획'을 통해 재생의료·뇌과학·신약개발 등에 4000억엔(4조원)을 투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 기준 전체 정부 연구개발(R&D) 투자금 16조원 중 1조6814억원을 바이오 R&D에 쓰는 데 그쳐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창조경제의 큰 축 중 하나가 블루오션인 바이오 아니겠냐"면서 "바이오분야 특성상 성과를 얻으려면 대규모 장기 투자가 이어져야 하는데 흐름이 끊기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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