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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단은 기업이다. ‘빌리 장석’의 마이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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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 구단주 이장석의 실험과 전쟁

야구단은 기업이다. ‘빌리 장석’의 마이 웨이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대표[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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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창조경제’란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가 처음 사용한 말이다. 그가 정의한 창조경제는 새로운 아이디어, 즉 창의력으로 다양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호킨스의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프로야구는 1000만 관중 시대를 눈앞에 두고도 창조경제와 거리가 멀다.
모기업들은 대부분 프로야구단을 경제와는 무관한 조직으로 생각한다. 야구단을 모기업의 홍보 도구로, 구단 운영을 사회공헌 내지 환원 활동의 일부로 여겨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사고방식에 도전한 사나이가 있다. 히어로즈 구단의 이장석(48) 대표다.

▲절실함의 산물 ‘빌리 장석’
이 대표의 별명은 ‘빌리 장석’이다. 미국 프로야구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에 빗댔다. 빈은 선수의 데이터를 분석해 적용하는 ‘머니 볼’로 최하위 팀을 메이저리그 최초의 20연승으로 이끌었다. 영화 ‘머니볼’의 주인공이다.
“과찬이다. 다른 점이 더 많기도 하고.”
사실 이장석 대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인물이다. 그는 새로운 유형의 프로스포츠구단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이 대표는 2008년 1월 야구계에 등장했다. 현대 유니콘스가 문을 닫고 인수에 기업들이 모두 손을 뗐다. 이때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나섰다. 이 대표가 운영하는 자본금 5000만 원에 직원은 두 명 뿐인 투자컨설팅 회사였다.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가입비 120억 원을 분납하는 조건으로 선수단을 인수했다. 서울 연고권도 얻었다. 야구계의 시선은 뜨악했다. 이 대표의 구단 운영 구상을 허풍으로 받아들였다. 후원계약을 맺은 담배회사의 계약 파기로 상황은 더 악화됐다.
구단 존립이 위태로웠다. 히어로즈는 2008년 8월부터 2010년 2월까지 후원기업 없이 버텼다. 한계에 부딪히자 스타 선수를 팔았다. 장원삼·이택근·이현승·황재균 등이었다. 이 대표에게는 ‘장사꾼’이란 야유가 쏟아졌다.
히어로즈는 그렇게 모은 돈에 이 대표의 사재를 보태 위기를 넘겼다. 그리고 곧 정착의 기틀을 마련했다. 2010년 3월 넥센타이어와 30억 원 규모의 후원계약을 했다. 스타 선수들 대신 데려온 김민성·금민철·이정훈 등은 현재 팀의 주요선수로 활약한다.


야구단은 기업이다. ‘빌리 장석’의 마이 웨이 왼쪽부터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대표, 서건창,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박병호[사진=정재훈 기자]

▲움직이는 구단주
이장석 대표는 구단 운영에 철저히 개입한다. 그는 “선수 교환에 따른 손익계산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이 대표는 빌리 빈 단장처럼 세이버 매트릭스(야구에 대한 통계학·수학적 분석)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출루율+장타율(OPS),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등을 더 중요하게 보지만 비중은 낮은 편이다. 세이버 매트릭스는 7~8년차 선수를 파악하는 데만 효과적이다. 나는 인성·자라온 환경·리더십·성장 가능성 등을 더 주목한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송신영과 김성현을 내주고 LG에서 데려온 박병호는 두 시즌 연속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오재일을 두산에 주고 영입한 이성열은 지난 시즌 홈런 18개를 쳤다. 자유계약선수(FA)로 다시 불러들인 이택근은 주장으로서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이 대표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다. 유니콘스를 인수할 때 노장 선수들의 연봉을 대폭 삭감했다. 그렇게 하고도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없었다. 재정 상태가 개선되자 이 대표는 방침을 바꿨다.
히어로즈는 지난 시즌 34경기 출장에 그친 송지만에게 1억 원을 쥐어줬다. 박병호·강정호·손승락·김민성 등 간판선수 네 명에게만 15억3000만 원을 썼다. 2012년 히어로즈의 연봉 총액은 28억6500만원이었다. 올해는 38억5000만 원이다.


야구단은 기업이다. ‘빌리 장석’의 마이 웨이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대표[사진=정재훈 기자]


▲"내 방식대로 간다"
이 대표는 지난해 80여 개 기업과 후원계약 등 전략적 제휴를 했다. 올해 목표는 100개 이상이다. 아직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했다. 매년 약 250억 원을 쓰고 약 30억 원씩 적자를 본다. 2016년쯤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한다.
“광고나 후원계약 등은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팀 이름을 빌려주는 후원기업(네이밍 스폰서) 없이 서울 히어로즈로 운영하는 것이 목표이기에 더 잘해야 한다.”
구단 운영은 최근 탄력을 받았다. 6일 보스턴 레드삭스와 전략적 제휴를 했다. 유망주 육성시스템 구축과 운영, 선수 분석 및 평가 체계, 훈련 기법 등을 넘겨받는다. 이 대표는 “처음 선보이는 소프트웨어 교류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트를 만들겠다”고 별렀다.
히어로즈는 올해를 끝으로 목동구장을 떠나 국내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돔으로 옮긴다. 이 대표는 지난해 박원순 서울 시장을 만나 대체적인 합의를 마쳤다. 지금은 실사를 통해 구장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이 대표는 고척돔에 큰 기대를 건다.
“제대로 장사하려면 구장 인프라가 잘 갖춰져야 한다. 메이저리그만 봐도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입장료 수입이다.”
이장석 대표의 구단 운영 모델은 분명 새롭다. 한동안은 모방하는 구단조차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그는 한국 프로스포츠 산업화의 개척자로 불리고 싶어 한다. 그의 도전 방식은 간단하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내 방식대로 간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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