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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 신뢰프로세스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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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신질서시대 ②북한 리스크 관리

정부, 北 구체적 도발에 피상적 접근
실효적 대책으로 대북관계 정립을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북한의 향후 행보는 "한반도에 통일시대가 열리느냐, 경색 국면이 지속되느냐"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상황은 매우 어둡다. 장성택 처형으로 극단성을 보여준 북한이 어디로 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미국의 괴짜 농구인 데니스 로드먼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일(1월 8일)을 맞아 북한을 방문했다. 로드먼은 일행들과 농구경기를 하고, 김 제1위원장과 그의 부인 리설주 앞에서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북한 체제의 기이함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김 제1위원장이 북한을 완전히 장악했는지, 아니면 그 뒤에 있는 군부가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지조차 명확지 않다.


새해 벽두부터 고개를 치켜드는 북한발 위협은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인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장성택 제거 이후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1~3월 중 대남 도발을 감행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도 조만간 벌어질 수 있다고 정부는 예상한다. 최근 북한은 서북 5도 부대의 병력을 증강하고 훈련 강도를 높이는 등의 긴장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미사일 발사나 추가 핵실험이 현실화하면 남북관계는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해마다 도발을 해온 것에 비춰볼 때 도발에 이은 긴장 고조, 남북간 교류 중단의 악순환은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은 도발 징후를 보임과 동시에 한편으론 유화 제스처를 보내며 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김 제1위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한 데 이어 북한 매체들이 같은 메시지를 전해오고 있다.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북한을 향해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고, 진정성"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도발'과 '화해무드 조성'이라는 두 개의 카드를 모두 쥐고 있는 한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 통일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알 수 없는 미래도 통일 준비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북한이 안정돼도, 불안해져도 우리에겐 고민이다. 김정은 체제가 홀로서기에 성공한다면 지난해 그와 겪었던 극심한 대립을 극복하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 앞서 김 제1위원장이 보여준 충동적이고 과격한 행동들에 비춰볼 때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김정은식 공포정치로 인해 북한 내부에 동요가 생겨 급변사태가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대비가 돼있지 않으면 미국, 중국 등의 틈바구니에서 주도권을 상실, 통일의 기회를 날릴 우려가 크다.


우리 정부는 올해 한반도 통일시대의 기반을 닦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 대통령도 신년 구상에서 올해는 한반도 통일의 초석을 닦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전략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정책적 차원에서 보면 균형이 잘 잡혀있지만 1년이라는 허니문 기간 이후 '구체적 도전에 맞설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며 "정부가 철학적ㆍ원론적으로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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