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양재찬칼럼]대통령 기자회견 방식을 '정상화'하자

시계아이콘01분 40초 소요

[양재찬칼럼]대통령 기자회견 방식을 '정상화'하자 양재찬 논설실장
AD

2009년 9월30일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 기자회견을 했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치를 자랑스러워했다.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변방에서 벗어나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됐다"는 대통령의 모두발언 이후 기자들과 문답이 이어졌다. 청와대 기자들은 G20 의제와 친서민정책, 개헌론, 북핵 문제 등을 물었다.


뭔가 이상했다. 당시 정국의 쟁점이었던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 문제를 묻는 기자는 한 명도 없었다. 비밀은 금방 들통났다. G20 정상회의 유치 의미가 희석될 것을 우려한 청와대가 세종시 관련 질문을 말아달라고 요청했고 기자단이 이를 수용했던 것이다. 청와대 뜻대로 이날 기자회견은 'G20 유치 보고대회'로 치장됐다.

대통령 회견은 대통령이 말하고 싶은 것만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언론이 대신 묻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것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언론의 소임이요, 기자의 책무다. 정권에 부담스럽거나 대통령이 꺼리는 것을 묻지 말라고 요청한 권력이 문제지만, 이에 순응해 한마디도 묻지 않은 언론 또한 직무유기였다.


함정은 대통령 회견 때 질문 수와 내용, 질문자를 사전 조율하는 관례에 있다. 제한된 시간에 중복 질문을 피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라지만, TV 생중계로 이뤄지는 회견에서 돌발 질문을 원천 차단하기 위함이다. 분야별로 나눠 정한 10개 안팎 질문만 하는 방식으론 대통령과 기자 간 논쟁은 기대하기 어렵다. 선정되지 않은 기자는 질문 기회조차 없다. 짜인 순서와 내용대로 회견이야 매끄럽게 진행되겠지만 생방송의 생동감은 떨어진다.

미국 백악관의 대통령 회견에도 나름 관행은 있다. 통상 AP통신을 필두로 대통령이 유력 매체와 고참 출입기자들 순서로 지목하면 질문한다. 그러나 미리 질문 내용을 조율하거나 순서를 정하진 않는다.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틈을 주지 않고 후속 질문을 해댄다. 사안에 따라 대통령과 기자들이 설전을 벌인다.


50년 동안 출입하며 10명의 대통령을 취재한 '백악관 기자실의 전설' 헬렌 토머스. 대통령을 불편하게 하는 공격적 질문으로 유명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진짜 이유가 뭔가. 석유냐, 이스라엘이냐"고 돌직구를 날려 쩔쩔매게 만들었다.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은 없다"는 말을 남긴 그가 지난해 7월 세상을 떠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녀는 나를 포함해 대통령들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과 자주 회견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첫 임기 4년 동안 78차례 회견했다. 월평균 1.6회다. 그래도 회견이 적다고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불만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년이 다 되도록 회견을 하지 않았다.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도 '비정상'이다. 장ㆍ차관급 인사의 낙마가 줄을 잇던 지난해 3월에도 비서실장의 '17초 대독 사과'로 갈음했다.


오늘 마침내 박 대통령이 첫 회견을 했다. 언제까지 질문 내용을 사전 조율할 것인가. '듣기 좋은' 질문에 미리 준비한 '하기 좋은' 답변만으론 국민의 갈증을 달랠 수 없다. 껄끄러운 즉석 질문을 받고, 답변이 미진하면 보충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설전이 벌어지고 얼굴 붉히는 일도 용인해야 한다. 언론도 권력과 좋게 지내려는 기자단 문화를 깨야 한다. 형식은 투박해도 내용이 알차야 진정성이 통하고 결과적으로 회견자인 대통령에게도 이득이다. 회견은 더 자주, 그리고 길게 해야 한다. 정례화도 방법이다. 회견을 자주 하면 대통령도, 언론도, 국민도 새로운 방식에 익숙해진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비정상의 정상화', 대통령 회견부터 취지에 맞게 정상화하자.






양재찬 논설실장 jaya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