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원ㆍ엔 환율이 심상치 않다. 100엔당 900원대로 재진입했다. 2일 외환시장 개장과 함께 998원선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원ㆍ엔 환율은 지난해 말에도 한때 999원대로 하락했다. 세자릿수 진입은 5년 3개월만이다.
엔화 환율의 추락이 상징하듯 올해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변수는 결코 간단치 않다. 예고된 대로 연초부터 미국은 양적완화 축소를 본격화한다. 2년차에 접어든 일본 아베노믹스는 금융완화를 지속할 태세다. 교역 1위 대상국인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구조개혁에 착수하는 등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은 지난해보다 커 보인다.
엔저의 직접 원인은 일본 아베노믹스다. 이달부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구체화하면 달러는 귀해지면서 엔화 약세를 가속화할 것이다. 2012년 말 달러당 85엔대였던 엔ㆍ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105엔대를 넘어섰다. 올해 말 달러당 125엔대까지 하락하리란 전망도 있다. 미국이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썰물과 일본이 유동성을 푸는 밀물이 겹치는 셈이다. 게다가 오는 4월 일본의 소비세 인상이 예고돼 있다. 내수 침체를 막기 위해 추가적인 양적완화에 나서면 엔화 약세는 더 가팔라질 것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세계경기 회복세를 반영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유동성 회수는 투자심리 위축과 금리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의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해 말 심리적 저항선인 연 3%를 넘어섰다. 세계적으로 저금리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국내 금리도 뒤따라 오를 것이다. 이미 10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한계 상황의 기업들이 버텨낼지도 걱정이다.
엔저 폭풍은 시작이다. 미국의 출구전략 여파로 금리가 올라 불거질 가계부채 문제와 결합하면 올해 경제를 심각한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정부의 치밀한 대책이 절실하다. 민간소비와 기업투자 증대를 통한 경제활성화에 매진해야 한다.
기업들도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 자동차, 전기ㆍ전자, 철강 등 주력 수출업종이 일본과 경합 관계다. 이미 대일 수출은 지난해 2월 이후 줄곧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엔저ㆍ원고 추세는 변수가 아닌 상수다. 가격외적인 면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