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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미국 주거복지 정책이 지향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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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미국 주거복지 정책이 지향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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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난 반세기 이상 자가 소유를 주택정책의 핵심 과제로 추진했다. 자가 소유는 미국 주류 사회에서 중산층 입문을 의미함과 동시에 경제적 부의 형성이나 정치적 주권을 행사하는 데에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러나 일생 동안 한 번쯤은 임차인으로 살아간다는 점에서 임차인을 위한 주거복지 기반도 갖추고 있다.


1930년대 중반 태동한 공공임대주택은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저소득층만을 위한 주택'이라는 인식, 당시로선 상당히 낯선 고층 건물의 군대막사와 같은 외관이 주는 부조화가 이유였다.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일자리 창출과 경기 진작을 위해 1940년대 당시 전체 주택재고의 10%에 달하는 81만호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이를 달성하는 데는 무려 20년 이상이나 걸렸다.

미국에서 주택시장 활성화와 민간투자 확대를 위한 주거복지 기반 확대 방안은 크게 네 가지이다. 1986년 도입된 '저소득층용 주택 세액 공제(LIHTC)' 제도는 세제상의 인센티브로 민간부문이 임대주택에 투자할 수 있는 활로가 됐다. 1987년 이후 연방정부 재원은 연간 60억달러 정도 투자된 반면 LIHTC에 투자된 민간 재원은 1000억달러 규모에 달하고 있다. 재고수도 공공임대주택 118만호보다 더 많은 170만호를 확보했다.


두 번째, 민간 재원을 보다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한 사례는 공공임대주택의 현대화 사업인 호프 식스(HOPE Ⅵ) 프로그램이다. 이 사업은 단순히 노후 침체된 공공임대주택을 재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이 서로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공간을 다양한 공공 및 민간 재원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이 프로그램에서 발아된 민간 투자액은 220억달러다. 양질의 주택, 더 안전한 동네 환경, 일자리 기회 제공, 교육 기회 제고에 기여했으며 납세자의 조세 부담을 낮췄다는 점에서 그 성과를 크게 인정받고 있다. 무엇보다 연방정부, 주정부, 지방정부, 공공주택청, 금융기관, 디벨로퍼, 기업체, 사회서비스 공급자, 거주자 간의 협력적 파트너십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세 번째, 호프 식스 성과 확대 차원에서 2010년 도입된 '근린환경 선도(Choice Neighborhood Initiative)' 프로그램이다. 이는 공공임대주택 재건뿐 아니라 민간임대주택까지 확산해 소셜 믹스 사회 구현, 소셜 펀딩 구조 확산, 녹색 혁신,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의 정책과 차별적인 것은 부처 통합 정책이라는 점, 공공ㆍ민간ㆍ비영리 민간 조직 간의 협력적 파트너십하에 가장 낙후된 근린지역에 정부 재원을 집중 투자해 지역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점이다.


네 번째, 공공임대주택과 같은 저렴한 주택 재고가 서민 주거안정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공공임대주택의 자산 가치 보존을 위해 2012년 'Rental Assistance Demonstration(RAD)'이 도입됐다. 이 사업은 민간 부문이 공공임대주택의 개보수 사업에 투자 시 주택바우처 등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법이다. 이는 연간 공공임대주택의 운영관리에 소요되는 256억달러(호당 2만3365달러) 재정 소요를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면서도 매년 1만호 이상의 공공임대주택 재고 소실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사례가 좋은 성과만을 낳은 것은 아니지만, 민간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활로를 개척해 주고 다양한 사회 주체가 주거복지에 참여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다는 점은 우리가 유념해서 봐야 할 대목이다. 여기서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시장과 민간부문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민간부문을 규제의 대상이라기보다 친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다양한 주체의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보고 있다.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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