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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계한 에우제비우, 한국 축구에 남긴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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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계한 에우제비우, 한국 축구에 남긴 흔적 에우제비우 다 실바 페헤이라[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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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1966년 7월 ‘축구종주국’에서 열린 잉글랜드월드컵. 북한 축구가 8강에 진출했다. 7월 19일 미들즈브러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박두익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당시엔 북한도 아니고 ‘북괴’(북한괴뢰)였다. 한국 축구가 받은 충격은 컸다. 국제대회에서 거두는 성적이 체제의 우월성을 증명한다고 믿던 스포츠 내셔널리즘의 전성기였다.

잉글랜드월드컵은 한국이 지역 예선 출전을 포기해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벌금 5천 달러의 징계를 받은 대회다. 북한을 이길 자신이 없어 지레 포기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한국 축구가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해 콤플렉스를 씻기까지 36년이 걸렸다.


북한의 선전에 자극받은 한국은 ‘양지’ 팀을 창설해 명예회복을 꿈꿨다. 박정희 정권의 실세인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의 주도로 이회택, 김호, 김정남, 이세연 등 당대 최고의 선수를 망라한 ‘드림팀’이었다. 선수들은 국영 기업체 간부 수준인 월급 2만 원, 105일 간의 유럽 전지훈련 등 파격적인 지원을 받았다.

한국으로서는 천만다행으로 북한의 질주는 4강 문턱에서 멈췄다. 7월 23일 열린 포르투갈과의 준준결승에서 3-5로 졌다. 전반 한때 3-0으로 앞섰지만 내리 5골을 빼앗겼다. 이 경기를 지켜본 한국 축구팬들은 역사에 길이 남을 한 선수를 기억 속에 아로새긴다. ‘유세비오’. 5일(한국시간) 72세를 일기로 타계한 포르투갈의 축구 영웅 에우제비우 다 실바 페헤이라를 당시엔 그렇게 불렀다. 그는 4골을 퍼부었다.


에우제비우의 인기는 국내에서 ‘축구황제’ 펠레(브라질) 못지않았다. 청소년들은 자주 '펠레가 훌륭한가, 유세비오가 훌륭한가'를 놓고 말싸움을 했다. ‘펠레의 절묘한 슛을 모두 막은 골키퍼가 유세비오의 슛을 막다가 내장이 터져 죽었다’는 허풍도 있었다. 펠레와 에우제비우는 훗날 미국에 진출해 맞대결했다. 1975년 6월 20일 보스턴에서 에우제비우가 속한 보스턴 팀이 펠레가 이끄는 뉴욕 팀에 2-1로 이겼다. 에우제비우는 선제골을 넣었다.


한국 축구팬들은 1970년에 에우제비우를 처음으로 만났다. 에우제비우는 벤피카(포르투갈) 소속 선수로 내한해 한국대표팀과 친선경기를 했다. 그는 0-1로 뒤진 후반 40분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한국인의 추억 속에 남다른 존재로 각인된 에우제비우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텔레비전 해설자로 방한해 화제를 모았다.


에우제비우는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모잠비크 태생이다. 그는 1960년부터 15년 동안 포르투갈의 명문 클럽 벤피카에서 활약하며 11차례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440경기에서 기록한 473골은 구단 역대 개인 최다득점으로 남아 있다. 포르투갈 국가대표로 64경기에 출전해 41골을 넣었다.


에우제비우의 부음에 세계 축구는 일제히 애도했다. 잉글랜드월드컵 준결승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두 골을 넣은 보비 찰턴(잉글랜드)은 "최고의 선수 에우제비우와 맞붙은 경험은 특권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주제 무리뉴 첼시 감독은 "에우제비우는 불멸의 신화"라며 경의를 표했고, 포르투갈 축구대표팀 주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는 "에우제비우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며 명복을 빌었다. 포르투갈 정부는 3일간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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